[기독출판] 비판하는 당신, 사랑이 충분한지 살피라… ‘비판으로부터 자유’
입력 2012-01-03 18:03
비판으로부터 자유/김수경 지음/강같은 평화
내가 알지 못하는 작가의 카툰 우화집이라서 별 느낌 없이 집어 들었다가 상당한 감동으로 책을 덮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데 걸린 시간은 30분 남짓.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으로 학원 내 집단 따돌림 현상이 사회문제화된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다중 사회라는 공동체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때론 거센 목소리로, 때론 더 참기 어려운 무시로 다가오는 비판으로 인해 삶은 여지없이 파괴된다. 저자는 ‘그토록 사소한 비판에 왜 고통을 느끼는지’란 제목으로 서문을 썼다. 충고를 가장한 비난이 난무하고 염려로 위장된 험담이 일상이 된 곳이 바로 이 세상이다. 성경 말씀 “비판하지 말라”에서 ‘비판’의 원어인 ‘크리노’는 심판, 혹은 재판, 판결한다는 뜻. 저자는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가 왜 그토록 사소한 비판에도 고통을 느끼는지가 이해됐다고 말한다. 인간의 비판에는 단순한 평가를 넘어 냉혹한 심판과 판결의 의미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화형식으로 기술된 이 책 속에는 저자가 자신에게 다가온 작지만 고통스러운 비판을 ‘하나님 방식’으로 극복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사건, 내 인생에서는 결코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던 비판의 사건이 실제 임했을 때,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히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한다. 자신을 쳐다보는 싸늘한 눈빛들을 생각하며 수백 번도 넘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를 스스로 외쳐보지만 울컥하는 기분을 잠재울 수 없다. ‘도대체 그들이 무슨 권리로 나를 단죄하는가?’를 생각하다 보면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법과는 무관한 ‘감정의 지대’에서 일어난 일들. 외적 해결의 가능성은 없다. 창살 없는 감옥에 나를 가둬놓고 저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시덕거린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보다 더 버거운 꼬리표를 달고 산다. 온 힘을 다해 그 세상에 매달려 살고 있다. 저마다 꼬리표를 달고 삶의 철조망을 버둥버둥 붙들고 살고 있다. 그런 인생들이 불쌍해서 가슴 치며 우는 분이 계신다. 그분은 하나님. 사람들은 그 하나님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초라한 꼬리표를 달고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외치는 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분은 예수 그리스도. 그가 말했다. “누가 당신에게 재판장의 망치를 주었나요? 누구에게도 그런 자격은 없습니다. 우주의 유일한 재판장은 오직 나뿐입니다. 온전한 판단과 공정한 심판을 내리는 나조차도 이 참혹하고 불의한 세상에 대한 심판을 미루고 있는데 누가 감히 나보다 앞서 심판한단 말입니까?”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그분은 위태로운 철조망 위의 사람들에게 내려오라고 손짓을 했다. 자신을 믿기만 하면 무거운 죄의 꼬리표를 떼어주고 새로운 인생을 주겠노라며 사람들을 초청했다. 그를 믿은 사람들은 용기를 내어 바닥으로 뛰어내려와 짐을 벗었다. 그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철조망에 매달려 있다. 철조망 아래 내려온 사람들이 여전히 철조망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친구여, 어서 내려오게나. 여기가 진짜야.”
저자는 이렇게 카툰이 어우러진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복음적이며 철학적이다. 그러면서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 이후 과업지상주의로 가득 찬 꼬리표의 세계에서 은혜의 세계, 따스한 용서의 세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그 따스한 세계에서도 역시 비판의 화살은 쏘아지고 있다. 그곳에서 맞은 비판의 상처는 더 아리다. 사람들이 스스로의 감각기관을 과대평가하며 자신이 전지(全知)하지 않은 피조물이라는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저자는 말한다. “주님은 나에 대한 심판을 수천 년이나 보류해 오셨는데 우리는 순간을 참지 못한다.”
저자는 하나님의 의를 위한 올바른 비판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비판을 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때가 있다고 덧붙인다. 언제인가? 바로 나에게 사랑이 충분하게 있을 때다. 사랑이 충분한 때는 언제인가? 그 사람을 향한 하나님의 심장이 나의 가슴에서 뛰고 있을 때다. 그 비판 대상자를 향한 하나님의 눈물이 나의 눈에서 흐르는 때다.
이 책을 읽으면서 히브리서 12장 3절의 말씀이 떠올랐다. “자기에 대한 죄인들의 이러한 반항을 참아내신 분을 생각하십시오. 그리하면 여러분은 낙심하여 지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비판을 받았을 때, 비판당하실 일이 실오라기 하나도 없으신 예수 그리스도가 묵묵히 당하신 그 비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럼 어떤 비판에도 견딜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삶을 포기하지 말라! 그리고 비판을 가한 당사자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에 ‘심판은 권리가 아니라 책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 책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억울하게 비판당한 사람들에게 말한다. “그날에는 모든 혐의들이 밝혀지고 누가 진정 의인이고 죄인인지 드러날 거야. 그러니 할 수만 있다면 네 모든 사적인 심판은 최후의 심판 날 이후로 보류하거라. 심판은 내가 홀로 맡을 터이니 얼마 남지 않은 그날까지 넌 오직 사랑하기만을 애써주었으면 좋겠다.”
저자는 복음이 이 ‘비판과 하나님 방식의 극복’이라는 주제로 설명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이 카툰 우화집은 비판이라는 아주 민감한 주제를 통해서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 인과응보(因果應報)의 법칙을 들이대는 이 세상에 한량없는 은혜의 법칙을 소개하고 있다.
추천사를 쓴 높은뜻연합선교회 대표 김동호 목사는 10여 년 전 자신의 연봉문제 때문에 사회적 비판에 접한 경험을 말했다. “사실이 아니었고, 설사 사실이라고 해도 그 때문에 그런 몰매를 맞는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억울했습니다. 그런 것이 억울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는 비일비재합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무책임하고 살인적인 비판으로부터 자유하는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아내와 고등학생 아들이 차례로 읽고서 내게 한 말이 있다. “참 좋은 책이네요. 주위에 선물해야겠어요.” 그래서 나도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책 표지에 ‘마음의 문이 닫힐 때 꼭 필요한 책’이란 문구가 있다. 그 문구대로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