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손양원’ 巨作 만든 구순의 老교역자 박재훈 목사

입력 2012-01-03 16:29


[미션라이프] 9순의 노(老)교역자 박재훈(90·토론토 큰빛장로교회 원로) 목사의 끝없는 작곡 열정이 후배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찬송가 ‘지금까지 지내온 것’ ‘어서 돌아오오’ ‘산마다 불이 탄다 고운 단풍에’ ‘눈을 들어 하늘 보라’ 등을 작곡한 박 목사는 고령임에도 ‘사랑의 원자탄’ 손양원 목사 일대기를 다룬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다.

방한 중인 박 목사는 3일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로 3년여 만에 작품을 완성, 오는 3월 8∼1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게 돼 기쁘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박 목사는 이번 작품에 대해 “위기에 빠진 한국교회에 손 목사님 같은 분이 많이 나오길 간구하는 심정으로 작품에 매달렸다”고 밝혔다.

박 목사가 작곡한 ‘오페라 손양원’은 모두 2막으로 악보만 150페이지에 달한다.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 180여명의 고려오페라단(단장 겸 지휘자 이기균) 단원들이 출연한다. ‘오페라 손양원’은 6월 2012 여수 세계박람회에 이어 전국 5대 도시를 순회하며 관중을 만날 예정이다.

박 목사는 2004년 우연히 여수 애양원을 방문한 뒤 손 목사의 기념관에서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손 목사가 어느 나환자의 발바닥에 고여 있던 피고름을 빨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던 것.

그는 전율이 일었다. 그림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 분을 꼭 오페라로 표현해 보리라’고. 하지만 작업은 녹록지 않았다. 무엇보다 박 목사는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었다. 고혈압에 당뇨, 심장병까지 앓고 있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오페라를 쓰는 3년 동안 그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박 목사는 “이 오페라는 주님이 쓰신 것”이라고 고백한다. 박 목사의 작곡 소식을 전해 들은 주변 목회자들이 후원회를 조직, 그의 작곡 활동을 뒷받침했다.

한국 최초의 동요 작가로 ‘산골짝의 다람쥐’ ‘송이송이 눈꽃송이’ ‘시냇물은 졸졸졸졸’ ‘어머니의 은혜’ 등 주옥같은 동요를 작곡한 박 목사는 한양대 음대 교수생활을 하다 지난 77년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 큰빛장로교회를 개척했다.

찬송가는 1942년부터 쓰기 시작했다. 1년 뒤 ‘어서 돌아오오’를 완성했다. 6·25 때 부산으로 피란가 ‘눈을 들어 하늘보라’를 작곡했다. 울산중 교사였던 석진영씨(2002년 9월 작고)가 박 목사에게 편지지 가득 노랫말을 보내왔다.

“당시 부산은 여기저기서 몰려온 피란민들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석 선생은 이렇게 어지러울 때 성도들이 세상 가운데서 빛을 나타내고 탄식하는 이들에게 신앙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나 역시 그 느낌대로 곡을 썼습니다.”

박 목사는 또 오페라 창작에도 힘을 쏟았다. 70년 한양대에서 가르칠 때 3막의 ‘에스더’를 완성, 72년 서울시민회관에서 초연했다. ‘에스더’는 6·25 때 부산 피란 시절 박 목사가 성경을 보다 생각해낸 것. 회개와 금식으로 나라를 살린 에스더의 삶에 감동을 받아 곡을 쓰기 원했다. 그러나 작사자를 찾지 못해 20년의 세월을 보내던 중 문인 김희보(전 기독공보편집장)목사를 만나 결국 ‘에스더’를 완성했다. 목회자로 살아온 30년. 그는 2011년 10월 5일 세계한인의 날에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작곡 기간 그는 한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하지만 노 목회자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

“손양원 목사님 같은 목회자가 많이 나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희망이 없어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목회자들이 많이 나와야 한국교회가 다시 부흥할 수 있습니다”(koreanaarts.com·02-3487-0678).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