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나치 포로 복장 입히다니”… 이스라엘 극단적 정통 유대교도, 성분리주의 비난에 항의시위
입력 2012-01-02 19:14
이스라엘에서 성차별 행위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극단적 정통 유대교도가 어린이들에게 나치의 대학살 시절 포로 복장까지 입히고 시위를 벌여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극단적 정통 유대교도 수천명은 지난 31일 예루살렘에 모여 성분리주의 원칙을 고수하는 자신들의 생활방식을 비난하는 행위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 가운데 일부는 나치가 유대인 포로들에게 입혔던 노란색 별이 달린 줄무늬 죄수복을 어린이들에게 입혔다. 1943년 한 어린이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손을 들고 나치에 항복하는 장면까지 재연했다. 다른 죄수복 차림의 어린이들은 트럭을 타고 나치 수용소로 끌려가는 장면까지 연출했다.
이같이 ‘과격행동’을 보인 데 대해 한 시위 참가자는 자신들의 성분리주의에 대해 언론이 비판하고 경찰이 탄압하는 것이 2차 대전 시절 독일의 유대인 탄압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홀로코스트 단체는 물론 이스라엘 정부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은 나치 이미지를 이용한 유대교도 시위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성토했다. 재미 홀로코스트 생존자 및 후손 모임의 엘런 스타인버그 부회장도 성명을 통해 “나치 범죄를 목격한 우리 생존자들은 대중의 공분을 일으키는 행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어린이를 동원한 데 큰 상처를 받았다”고 밝혔다.
에후드 바락 국방장관은 유대인 희생자들에 대한 끔찍한 모욕으로 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정당화될 수 없으며 금지선을 넘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인구의 10% 정도인 극단적 정통 유대교도는 최근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버스나 길거리 등에서 남녀가 함께 있는 것을 금지하는 시위를 벌여 경찰과 충돌하는 등 논란을 불렀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