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 리그1위 맨시티 격침 결승골… 축구종가 잉글랜드 뒤흔들다

입력 2012-01-02 21:59


‘지동원(21·선덜랜드)=인저리 타임의 사나이.’

지난해 6월 선덜랜드에 입단하면서 한국인 선수 가운데 최연소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지동원. 지동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해 9월 10일(이하 한국시간)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중 최연소로 골까지 떠뜨렸다. 당시 ‘강호’ 첼시와의 2011∼2012 시즌 정규리그 4라운드 홈경기에서 0-2로 지고 있던 후반 37분 교체 투입된 지동원은 인저리 타임에 골을 넣어 이청용(21세·2009년)의 기록을 한 살 앞당겼다.

경기 종료 직전 무서운 집중력을 보였던 지동원의 진가는 2일에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상대는 리그 1위를 달리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였다. 지동원은 선덜랜드의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맨시티와의 19라운드 홈경기에서 인저리 타임이 적용된 후반 48분 극적인 결승골(1대0)을 꽂았다. 선두 맨시티에 일격을 가하는 그야말로 천금같은 골이었다. 후반 32분 니클라스 벤트너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은 지동원은 경기가 0-0으로 끝날 것 같은 종료 직전 왼쪽 측면에서 볼을 잡고 전진하다가 페널티지역 중앙에 있던 스테판 세세뇽에게 볼을 내주고 페널티지역으로 침투했다. 세세뇽이 곧바로 페널티지역 중앙으로 볼을 내주자 지동원은 재빨리 볼을 잡아 골키퍼를 제친 뒤 골 지역 왼쪽에서 왼발로 가볍게 차 넣어 결승골을 만들었다. 첼시 전 후반 추가시간에 데뷔 골을 터뜨린 이후 무려 114일 만에 다시 터진 ‘인저리 타임 골’이었다.

흥분한 남자 관중으로부터 뜨거운 키스 세례를 받은 지동원의 골 세리머니가 끝나자마자 주심은 경기 종료 휘슬을 울렸다.

지동원은 “선덜랜드의 새해 첫 골을 내가 터뜨렸다. 오늘 경기처럼 올 한 해 우리 팀이 좋은 흐름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틴 오닐 선덜랜드 감독은 지동원의 결승골을 두고 “정말 놀라운 골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국 언론들도 최강 스타 군단 맨시티를 침몰시킨 지동원에게 찬사를 쏟아냈다.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지동원이 날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지동원이 경기를 끝내는 최후의 킥으로 프리미어리그의 선두에게 비극적인 새해를 안겼다”며 평가했다. 축구 전문 사이트 골닷컴은 “한국의 지동원은 선덜랜드에서뿐만 아니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도 영웅 자리를 얻게 됐다”고 칭찬했다. 승점차없이 골득실에서 앞서 간신히 선두를 지키고 있는 맨시티는 이날 패배로 2위 맨유를 따돌릴 기회를 잃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