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김차순씨, 어려운 이웃 위해 식당일로 모은 4000만원 다 주고 떠나다
입력 2012-01-02 22:00
평생 식당일 등을 하며 힘겹게 모은 돈 4000만원을 아무런 조건 없이 세상에 기부하고 떠난 60대 여성의 사연이 새해벽두부터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부산 충무동 김차순(65·사진)씨는 평생 막노동과 식당일을 하다 지난해 9월 청천벽력 같은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독신으로 살아온 김씨는 홀로 부산 메리놀병원에 입원해 힘겨운 투병생활을 이어 왔다.
김씨는 지난달 초 지인 박모(55)씨를 불러 박씨의 두 손을 꼭 붙잡고서 자신의 전 재산 4000만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고 간곡히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전 재산 기부를 유언처럼 남긴 채 지난달 27일 병세가 악화돼 의식을 잃었고, ‘마지막 선물’ 4000만원을 남기고 2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지인 박씨는 “김씨는 평생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며 막노동과 식당 허드렛일로 틈틈이 돈을 모았다”며 “4000만원은 김씨가 평생을 근검절약해 모은 것으로 김씨의 모든 삶과 애환이 묻어나는 값진 선물”이라고 말했다.
김씨의 소망대로 4000만원은 충무동의 이웃돕기 주민 후원단체인 ‘충무동 작은 참여 큰보람회’에 전달돼 이웃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큰보람회 관계자는 “김씨가 평생을 절약해 모은 돈이라 더 애틋하다”며 “고인의 따뜻한 마음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저소득 주민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박극제 서구청장은 “김씨의 고귀한 뜻이 이어지도록 사연을 구청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기념비건립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어려운 서민들이 많이 사는 충무동주민센터(동장 조준환)에는 김씨의 기부금 외에 연말연시 3300여만원의 이웃돕기 성금품이 접수됐다. 이는 당초 목표 1400여만원의 230%에 달하는 것이어서 훈훈한 나눔의 정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