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새우 황금어장 다 죽어요”… 강화 어민들, 인천만 조력발전소 계획에 ‘하소연’
입력 2012-01-02 21:55
“보상금도 싫다.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 고기를 잡게 해 다오.” 앞바다에 조력발전소가 건설되는 계획을 바라보는 강화도 어민들의 이런 심정은 사상 최대의 풍어를 만끽한 지난가을부터 더욱더 절실해졌다.
인천 강화군 어촌계협의회 박용오 회장은 2일 “강화도 어민들이 지난해 9월 중순부터 1개월 동안 배 한 척당 30t의 젓새우를 잡아 평균 2억원씩 벌었다. 1억∼1억50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여름 홍수가 났을 때 큰비가 와야 바다가 뒤집히고 영양염류가 풍부해져 풍어를 맞는다던 옛 어민들의 말을 떠올렸다”면서 “최근까지 실감하진 못했지만 지난여름에는 대박을 예감했다”고 했다. 이어 “갯벌이 대부분 메워진 전북 군산부터 충남 서산까지는 새우가 안 잡혀 모두 강화 앞바다에서 새우를 잡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강화도 어민들은 예정대로 강화갯벌의 입구를 방조제로 막아버리는 조력발전소가 들어서면 철마다 풍요로운 바다의 선물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 중인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계획은 강화도 남단과 장봉·용유·영종도로 둘러싸인 바다를 17㎞의 방조제로 연결해 댐을 만든 다음 조석간만의 차를 이용해 발전용 터빈을 설치하는 공사다. 완공되면 프로젝트수차발전기 44기를 설치해 시간당 1320㎿, 연간 2414Gw/h의 전기를 생산한다. 인천 연간 가정용 전력 소비량의 60%, 전국 전력소비량의 0.6%에 해당된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인천만조력발전이 연간 100만t의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를 내므로 기후변화 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종도와 강화도를 연결하는 동·서측 방조제를 편도 2차선 유료도로로 활용해 강화도 관광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계획도 갖고 있다. 사업타당성 검토를 맡은 한국해양연구원 이광수 연안개발연구본부장은 “30년 후를 내다볼 때 기술자 입장에서 추진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어민들은 조력발전소가 들어서면 강화갯벌의 20%가 황폐해지고 나머지도 어패류 산란장으로서의 기능을 잃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민명섭 흥왕어촌계장은 “갯벌이 죽으면 그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강물에 실려 온 육지의 오염물질을 정화하지 못해 연안해역 어장도 황폐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도는 젓새우와 꽃게는 물론 황복, 낙지, 병어, 주꾸미, 광어, 백합, 바지락이 풍부한 곳이다.
인천만 조력발전소 건설사업의 사전환경성검토 최종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한수원 측은 주민설명회를 다시 열고 내용을 보완하는 작업을 지난 연말까지 마치기로 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지난달 9일에는 강화읍에서 어민들과 지역환경단체가 참가한 가운데 강화갯벌 심포지엄이 열렸다. 경북대학교 임학과 한상렬 교수는 지난해 10월 7일부터 4일 동안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외포항에서 진행됐던 새우젓 축제기간에 농수산물 구입과 식사, 숙박, 교통비 등을 합쳐 축제의 생산파급효과가 31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경인북부수협 내가어촌계 정찬요 사무국장은 “지난해 축제기간에는 외포항 젓갈수산시장 안이 인산인해였고 9월 중순부터 두 달간은 하루 평균 5000명, 주말이면 1만명 등 총 40만명이 이곳을 찾았다”고 밝혔다.
한국물새네트워크 이기섭 대표는 “도요새와 물떼새, 멸종위기종인 저어새가 찾아오는 강화갯벌은 철새생태관광의 적지”라며 “이를 위해 철새가 쉴 수 있는 조용한 해안습지와 출입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탐조 여행객은 통계에 안 잡히지만 반드시 사 먹고 숙박하고 간다”면서 “그렇지만 해변 탐조 포인트 적지에 펜션만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심포지엄 참석자 대부분은 강화도를 국내 최초의 갯벌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지지했다. 갯벌과 어업자원도 보호하고 탐조·역사·생태관광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멀쩡한 갯벌을 죽일 게 아니라 새만금 방조제에 조력발전기를 설치하도록 하자는 대안도 나왔다. 강화주민대책위원회 윤여군 대표는 새만금 어민들을 보라고 말한다. 방조제로 막힌 새만금 갯벌에는 죽뻘이 쌓여 전체 갯벌 면적의 90% 이상이 사라졌다. 그곳 어민들은 한때 바다였던 저수지에서 어업을 계속하고 있지만 숭어와 전어만 잡힐 뿐 지천이던 백합, 바지락, 꽃게 등은 이제 볼 수 없다.
경인북부수협에 따르면 예년에는 수입 새우가 국내 새우젓 시장의 75%를 점유했지만 지난해에는 강화도의 젓새우 풍년 덕택에 국산이 50% 이상을 차지했다. 강화 갯벌마저 새만금 같은 다른 어장처럼 죽어버리면 국산 새우젓은 영영 못 먹게 될지 모른다.
강화=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