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센터 25시…명의를 찾아서] (1) 서울대 암병원

입력 2012-01-02 18:14


한국인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는 시대다. 보건복지부는 2009년 기준 암 환자 등록 현황을 조사한 결과 평균수명(81세)까지 생존 시 우리나라 국민이 암에 걸릴 확률이 3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밝혔다. 암을 극복하지 못하면 100세 장수는커녕 평균수명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암 발생 위험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암을 부르는 잘못된 생활습관을 버려야 한다. 또 암에 걸리더라도 완전 뿌리 뽑기가 가능한 시기, 즉 암 초기에 발견하기 위한 조기검진 노력이 필요하다. 암 예방과 조기 발견 및 치료를 위해 건강할 때 병원과 친해져야 하는 이유다. 암과 동행하며 더불어 살아야 하는 시대에 국내 각 병원 암센터(암병원)와 암 전문가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신년기획 시리즈 ‘암 센터 25시…명의를 찾아서’를 매주 화요일 연재한다.

입원 않고도 항암치료·당일 검사 서비스… 환자중심 진료

‘환자중심의 맞춤형 진료(Friendly)’ ‘최상급 의료진이 참여하는 통합진료(Integrated)’ ‘신약 및 치료법 개발을 선도하는 연구 활동(Research-based)’ ‘첨단 IT 기술을 활용하는 의료서비스(Smart)’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Trustworthy)’….

암 환자를 위한 퍼스트(FIRST) 병원, 즉 최고 수준의 암 치료를 지향하는 서울대 암병원의 핵심 키워드다. 서울대 암병원은 외래 중심 단기입원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다. 병상을 늘려 규모를 키우는 대신 환자 중심의 효율적인 암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취지다. 특히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낮 병동과 주사치료실을 운영해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도 항암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 일부 항암치료나 수술 전 정확한 진단검사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단기병동에 3일 정도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할 수 있다. 불필요한 입원을 최대한 줄이고 외래진료와 환자를 위한 편의시설 등 환자 중심의 암 진료 시스템을 확립하기 위해서다.

건강검진 등을 통해 암 진단을 받은 뒤 서울대 암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려는 환자는 모두 사전예약이 필수다. 1주일 안에 첫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때 신속한 치료계획 수립을 위해 추가 검사가 필요한 환자들은 즉시 당일 검사 서비스가 제공된다.

서울대 암병원은 이를 위해 원내 각 암센터에 전담 간호사를 배치, 진료 안내부터 당일 검사 및 결과 상담 예약, 협력진료 의뢰 등 모든 진료 및 검사 일정을 관리하며 개인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루 평균 외래 환자 수 1400여명=2일 현재 서울대 암병원을 찾는 암 환자 수는 외래 기준 하루 평균 1400여명이다. 지난해 3월 각 병동에 분산돼 있던 암센터를 통합, 암병원으로 거듭난 이후 전년 대비 12% 증가한 숫자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이 병원에 등록해 암 극복 관리를 받고 있는 암 환자 수는 총 18만3551명, 입원 환자 수는 353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서울대 암병원은 지닌달 별관 병동을 추가로 오픈했다. 입원 및 수술 대기기간 지연에 따른 암 환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기존 유방센터도 확장 이전하고 갑상선센터도 신설했다. 서울대 암병원은 총 26개 센터로 구성돼 있다. 유방 및 갑상선센터를 포함한 15개 암센터와 9개의 통합 암센터, 그리고 암정보교육센터와 종양임상시험센터 등이다. 각 센터 안에 관련 진료과가 모여 있어 환자가 치료 및 검사를 받기 위해 따로 옮겨 다닐 필요가 없다.

통합 암센터는 암 관련 검사, 항암화학진료 및 치료, 방사선치료, 재활, 예방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이 중 종양영상센터는 국내 최초의 암 전용 영상시설로, 한 곳에서 CT, MR, 초음파, 혈관조영, DR(디지털 방사선촬영), 싸이클로트론 등 각종 방사선 장비를 이용한 촬영과 진단, 치료가 가능하다.

또 암정보교육센터는 ‘암 치료 여정의 동반자’로서 암 정보,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암 환자의 신체적·정서적·사회적 건강까지 살피는 포괄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1만7000여명이 이용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국내 유일의 암 전용 임상시험공간인 종양임상시험센터 역시 서울대 암병원 연구역량의 핵심 요소이다. 각 암 환자가 집중관리를 통해 투약을 받을 수 있도록 30병상 규모의 연구병동 및 주사실, 임상연구 전담 약국과 검사실을 갖추고 있다. 현재 서울대 암병원은 혈액종양내과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 약 160건과 비뇨기과, 산부인과 등 항암제 사용 관련 임상시험 190여건을 진행 중이다.

◇암 환자 정서적 지원 활동도 활발=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암에 대한 두려움과 정서적 고립에 빠지기 쉽다. 이는 곧바로 치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마련. 서울대 암병원은 이처럼 의학이나 과학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부분까지 세심하게 배려, 창경궁을 마주한 입지조건과 문화예술을 활용해 환자의 정서적 안정을 돕고 있다.

나무와 잔디 사이로 아담한 산책로가 놓인 6층 ‘행복정원’은 원내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환자들은 혼자 혹은 보호자와 함께 창경궁을 바라보고 가벼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병원 곳곳에 50점이 넘는 미술작품이 전시돼 있어 환자들은 자연스럽게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암 치료에 따른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다. 1층 출입구에 있는 4.5m의 조각 작품도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서울대 암병원은 또한 한 달에 두 번 음악회를 열고 있다. ‘암병원 음악풍경’이라는 명칭의 이 음악회는 진료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점심시간을 택해 진행되는데도 불구하고 매회 200∼300여명의 관객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만큼 암 치료 중 공연 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환자와 보호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얘기다.

암병원 음악풍경은 다양한 문화자원봉사자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지고 있다. 전문 연주자, 과거 치료를 받은 환자와 그 가족, 병원 의료진 및 직원 가족, 서울대 의대 오케스트라, 그리고 유방암을 극복한 피아니스트 서혜경씨가 주축이 된 ‘서혜경예술복지재단’이 봉사하고 있다.

서울대 암병원은 이와 함께 개인 맞춤형 진료 일정, 암 관련 정보 등을 제공하는 무인 안내 시스템 ‘스마트 도우미’도 국내 최초로 개발, 환자 만족도 증대 및 스마트병원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대 암병원은 서울대 의대의 각 기초의학교실, 서울대 생명과학부, 바이오 맥스(BIO-MAX),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포스텍 등의 교수진 140명과 연구협력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 최신 암 진단 및 치료법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암 치료의 새 장을 열며 의료의 질을 높여가고 있는 곳이 바로 서울대 암병원이다.

노동영 원장은

△1956년생(울산) △제21회 분쉬의학상(2011) △홍조근정훈장 수훈(2011) △제9회 보령암학술상(2010)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2009) △서울대 의대 외과 교수 겸 서울대 암병원 원장(현재)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