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서 黨지지율보다 5%P 낮으면 공천 안한다… 與 비대위 공천기준 윤곽

입력 2012-01-02 21:41

한나라당 내홍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비상대책위원들의 이명박 정부 실세 퇴진론 주장으로 촉발된 친이명박계와의 갈등이 배수진을 친 생존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비대위가 연일 쏟아내고 있는 공천 쇄신안들도 당내 갈등에 기름을 끼얹는 잠복변수로 작용할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공천기준 윤곽 물갈이 시동?=비대위는 2일 회의에서 4·11 총선에 나설 인재 영입을 위해 국민 공모를 추진키로 했다. 황영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인재 영입 방식은 전문가 추천과 국민공모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회의에서 “이번 총선 공천기준을 11일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시한을 11일로 제시한 것은 4월 총선에서 ‘입후보 제한을 받는 자는 1월 12일까지 사직해야 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정과 맞닿아 있다. 한편 당 부설 여의도연구소는 당 지지도보다 5% 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낮은 현역의원들을 일괄적으로 교체하는 공천기준 방안을 비대위에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소는 이 기준에 따라 1차 견본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설 연휴(21∼24일)를 전후해 각각 한 차례씩 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같은 공천기준이 적용될 경우 한나라당 텃밭인 서울 강남지역과 영남권 현역들이 줄줄이 공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내의 시각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 지지율을 기준으로 할 때 강남갑·을, 서초을, 송파갑·을·병, 양천갑, 광진을, 중랑을 등 9곳이 ‘격차 5% 포인트’ 기준을 넘어섰다. 여기에 원희룡(양천갑)·박진(종로)·홍정욱(노원병) 의원이 불출마 선언했고 쇄신파인 정태근(성북갑)·김성식(관악갑) 의원이 탈당한 상태다. 영남권은 일부 언론의 신년 여론조사에서 당 지지율과의 격차가 12.9∼28.9%를 보인 부산진을(이종혁), 부산 북·강서을(허태열), 대구 중·남(배영식)을 포함해 적잖은 지역구가 물갈이 한파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친이계, “추가 폭로…집단행동 불사” 반격=친이계 장제원 의원은 이날 언론과의 접촉에서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 다른 비대위원 2명 정도의 비리를 추가 폭로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또 “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원내대표에게 제출하고 의총이 늦어지면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대규모 회동을 하고 집단성명을 발표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들이 사퇴하지 않으면 비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 비대위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1월 말까지 상황을 보고 비대위 취지에 합당한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판단이 서면 사퇴할 수도 있다”고 배수진을 쳤다. 그는 또 홍준표 전 대표가 “검사 시절 내가 자백을 받았던 사람”이라고 한 데 대해 “소영웅주의적 사고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제가 그런 것에 신경 쓸 사람이 아니다”라고 받아쳤다.

이에 쇄신파 정두언 의원은 “비대위는 절체절명의 위기 끝자락에서 탄생한 비상기구”라며 “생산적 비판은 몰라도 부당한 흔들기는 해당행위나 이적행위”라고 비대위를 두둔했다.

당 지도부는 오는 9일 비대위원들이 참여하는 의원총회를 열고 봉합을 시도할 예정이지만 공천 물갈이 시즌을 앞두고 싸움판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