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들 “북, 美비난·핵 언급 안해 대화의지 시사”
입력 2012-01-02 18:49
미국 언론들은 1일(현지시간)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이 핵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과 눈에 띄게 미국을 비난하지 않은 점을 주목했다. 이 같은 공동사설의 기조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직전에 형성됐던 북·미 대화 재개 분위기를 이어가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정부에 대한 비난이나 핵문제 관련 언급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추가 대화에 대해 열린 입장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WP는 그러나 북한 당국이 남한 정부를 비난함으로써 남북관계가 평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고 전했다.
WP는 또 “매년 북한은 신년사설을 통해 국가 어젠다를 정하고, 외부 전문가들은 이를 해석하느라고 바쁘다”면서 특히 이번 사설이 김정일 사후 북한의 첫 공식 언급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김정은 체제가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평양발 보도에서 “북한의 올해 첫 메시지에는 그동안 관례였던 미국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포함되지 않았고 핵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런 이유를 “북한이 식량지원을 받기 위해 미국과 계속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전 형성됐던 북·미간 대화분위기를 계속 이어갈 것임을 나타내주는 징후라고도 해석했다. 유일하게 평양발 기사로 보도한 AP통신은 평양의 새해 첫날 표정을 “춥고 눈이 내리는 가운데 거리는 과거보다 더 침울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CNN방송은 서울발 기사에서 “신년사설에서 핵무기 프로그램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미국 등이 식량지원의 대가로 핵 포기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올해의 북한 사설은 체제 영속성과 김정은 후계 체제를 언급했다”면서 김정은 체제로의 안정을 강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식량 문제를 인정했다”면서 경제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내세웠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이 김정은보다 김정일의 치적을 강조했다”면서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 위원장의 뜻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언론들은 이 같은 신년 사설의 기조가 미국 등 대외 관계에 있어서 공세적으로 나가기보다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김정은 체제의 안정에 주력하는 것에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연초 들어서 조만간 추가 북·미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으며, 이어 상황에 따라 재개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는 6자회담도 감안한 것이라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