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정책 일단은 현상 유지 ‘그랜드 바긴’도 유효… 李대통령 신년 국정연설 내용·의미
입력 2012-01-02 18:43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밝힌 대북정책은 ‘현상 유지’ 모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한반도 및 주변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북제안이 나올 법도 하지만 일단 신중한 접근을 택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 사망과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등극’을 계기로 남북간 경색 국면을 타개해 보려는 의사를 내비치곤 했다.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회장의 조문 방북을 허용한 것은 그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영결식 후 북의 반응은 냉담했다. 현 정부를 ‘역적패당’으로 규정하면서 “상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부로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전향적인 제안을 할 수 없음은 당연지사다. 이 대통령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긴요한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고 규정한 것은 기존의 대북원칙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정세가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구사하려는 시점에 우리만 옷을 벗어던질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할 경우 6자회담을 재개하고, 북의 경제회생을 돕겠다는 이 대통령의 제안은 이른바 ‘그랜드 바긴(북핵 일괄타결)’ 메시지로 현 정부의 일관된 대북정책이다. 대선후보 시절 제시한 ‘비핵·개방·3000’ 공약의 핵심이기도 하다.
북한이 무력도발을 할 경우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 이후 정부가 변함없이 취해온 스탠스다. 이 대통령이 북을 향해 “기회의 창을 열어놓고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새 지도자 ‘김정은’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우리로서는 정치적 부담이 전혀 없는 이산가족 상봉 제안조차 하지 않은 것은 북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북의 신년사와 이 대통령의 신년연설을 종합해 볼 때 올 한해 남북관계는 지금까지처럼 ‘잔뜩 흐림’이 유지될 게 거의 확실하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