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위기 박근혜, 비대위원들에 “초심 잃지 말자”

입력 2012-01-02 21:40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 출범 7일 만에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다.

박 위원장은 2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세 번째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면서 “처음 시작하면서 마음에 품고 있던 초심과 목표를 다시금 새기면서 그대로 노력해 나간다면 우리는 (당 쇄신을)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비대위원들에게는 “항상 국민의 눈높이, 국민의 상식이라는 입장에서 앞으로도 쇄신 작업에 박차를 가해주기를 당부 드린다”고 주문했다. 당 사무처 시무식에서는 단합을 주문했다.

이 같은 박 위원장의 발언은 비대위원들의 돌출 행보와 친이명박계의 반발, 당내 쇄신파 ‘반란’ 등으로 당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화합과 쇄신을 함께 강조함으로써 당내 불협화음을 해소하겠다는 의도다.

사실 박 위원장의 리더십 위기는 지난달 27일 첫 비대위 회의 때부터 시작됐다. 외부에서 수혈된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이 잇따라 ‘MB 정권 실세 퇴진론’을 주장하고 친이계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면서 비대위 대(對) 친이계 싸움이 터져 나왔다. 박 위원장이 수차례 “개인 생각을 비대위 바깥에 피력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두 비대위원은 소신을 멈추지 않았고 급기야 친이계가 이들의 전력까지 들먹이며 사퇴를 요구했다.

지난달 31일에는 당내에서 가장 큰 ‘역풍’도 맞았다. 박 위원장이 적극 제동을 걸었음에도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한 쇄신파가 ‘한국판 버핏세’를 2012년도 예산안에 관철시켰기 때문이다. 쇄신파는 향후 대기업 공공구매를 규제하는 중소기업제품 구매 촉진법 등 ‘보다 개혁적인’ 법안들의 입법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도 박 위원장 입장을 개의치 않을 것임을 공공연하게 천명하고 있다.

당 안팎에는 박 위원장이 이번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지켜보는 눈들이 많다. 친박근혜계 쪽에서는 박 위원장이 포용력과 원칙을 적절히 융화해 내분을 수습하면서 대선주자 위상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친이계는 “당 개혁을 명분삼아 우리를 모두 팽(烹)하려는 작전”이라며 의심하는 눈치다. 쇄신파 역시 “비대위원들의 발언만 요란하지 실질적으로 당 간판을 내릴 정도의 쇄신안은 전혀 나오고 있지 않다”고 불만이다.

한편 박 위원장은 이날 방송 예능 토크쇼에 처음 출연해 대중과의 스킨십 강화에 나섰다. SBSTV ‘힐링캠프’에 출연한 그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대한 견해를 피력하는가 하면, 짝사랑 얘기 등 신상도 공개했다. 박 위원장은 “내 별명으로 뭐가 어울리냐”고 사회자에게 물어 “너무 열심히 일하시니 ‘야근해’가 어떠냐”고 대답하자 폭소를 터뜨렸다. 나이를 묻는 질문에는 숙녀에게 너무 하는 거 아니냐며 ‘고소감’이라고 농을 던지기도 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