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을 함부로 닦은 죄!… 루브르박물관측 “원작 훼손” 전문가 2명 해고
입력 2012-01-02 21:48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을 솔벤트(화학 용제)로 닦았다고?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된 다빈치의 작품 ‘성 안나와 성 모자’(The Virgin and Child with Saint Anne)를 지나치게 깨끗하고 밝게 복원한 것이 문제였다. 루브르박물관은 복원으로 인해 원작의 가치가 훼손됐다며 박물관 소속 전문가 2명을 자문위원회에서 물러나게 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지난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서양미술의 보석으로 일컬어지는 ‘성 안나와 성 모자’는 1510년 무렵 다빈치가 그린 것으로 작품이 심하게 훼손돼 최근 복원과정을 거쳤다. 문제는 석유의 부산물인 솔벤트를 사용해 ‘과잉 복원’을 했다는 것. 솔벤트로 인한 직접적인 손상은 없었지만 전문가들은 “그림이 너무 깨끗하고 밝은 색조로 복원됐다. 르네상스 시기에 다빈치는 결코 그렇게 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17년 전에도 루브르는 복원과정에 솔벤트를 사용하려다 다빈치 그림 특유의 윤곽선을 흐릿하게 처리하는 기법이 훼손될까봐 시도하지 못했다. 아트워치UK 디렉터 마이클 데일리는 “복원가들이 지나치게 열성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복원 논란은 영국과 프랑스 간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자문위 멤버 중 런던의 내셔널갤러리에서 온 영국인 2명은 솔벤트를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주장한 반면 프랑스 측 자문위원들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해왔다는 것.
다빈치의 그림이 복원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최후의 만찬’ 역시 원작보다 너무 드라마틱하게 복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복원된 작품을 두고 당시 한 전문가는 “20%는 다빈치, 80%는 복원 전문가가 그린 새로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루브르박물관은 3일 복원된 ‘성 안나와 성 모자’를 공개해 재평가를 받은 후, 다시 복원작업에 들어갈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