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 종합예술로 거듭나다… 자수명장 김현희씨 ‘복을 수놓다’ 전시회
입력 2012-01-02 19:12
무엇이든 싸고 풀 수 있는 전통 보자기는 한국 여인의 정성과 노고, 멋과 웃음, 시름과 한이 담겨 있는 종합예술이다. 옛 보자기를 재현하는 데 힘써온 자수명장 김현희(66·사진)씨의 삶도 그렇다. 열아홉 살 나이에 어머니 손에 끌려 우연히 들른 자수방에서 조선시대 궁중 자수를 계승한 윤정식 선생의 눈에 띄어 수를 배우기 시작해 47년째 이어오고 있다.
한 번 바늘을 잡으면 밤을 지새우는 일이 허다했고, 그러다 보니 엉덩이에 욕창이 생기고 팔과 목이 뻣뻣해져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런 세월을 보냈다. 그런 각고의 노력으로 1992년 한국전승공예대전 특별상에 이어 94년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95년부터 일본에서 수차례 전시를 연 결과 그의 작품이 일본 일부 고등학교 가사 교과서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새해를 맞아 그의 솜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복을 수놓다’ 전이 6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열린다. 10개가 넘는 형광등 불빛 아래 바늘땀이 0.5㎜도 안 될 정도로 촘촘하게 바느질한 용무늬 자수, 복주머니, 수저 집과 병풍, 흉배 등의 대표작부터 크기가 다른 조각을 수백장 연결해 만든 조각보까지 50여점을 선보인다.
해외에서 더 인정받는 그의 작품은 미국 시애틀 박물관, 하버드대학교 박물관, 오스트리아 빈 민속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다. 그는 “우리 보자기의 아름다움을 한국에도 널리 알리고자 전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전시 기간 중 롯데 본점 에비뉴엘 전관에서 ‘김현희자수보자기연구회’ 소속 제자 15명의 작품전도 함께 열린다(02-726-4428).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