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저축왕’ 탄생이오… 서울시, 70명 선정 수입 절반 이상 모으며 강한 자립의지
입력 2012-01-02 19:12
서울시는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숙인 중 소득 대비 저축률이 가장 높은 70명을 ‘올해의 저축왕’으로 선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4∼11월 8개월간 4억6000만원을 벌어서 그중 절반 이상인 2억6000만원을 저축했다. 상위 7명은 수입금의 90% 이상 저축하며 굳은 자립의지를 보였다.
저축왕으로 선발된 노숙인 중에는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와서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해 거리로 나선 여성, 사업실패로 자살을 기도했던 가장, 부도날 때 진 빚을 기어이 다 갚아낸 사람, 정신장애 등을 가진 사람 8명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6개월 이상 꾸준히 근로소득을 올렸고, 주택청약저축에 가입하는 등 저축왕으로 뽑히는 데 필요한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킬 정도였다.
이들 중 과거 신용불량으로 고생하던 10명은 2008∼2010년 시가 추진한 신용회복지원사업을 통해 부채를 감면받고 저축을 시작했다.
2008년 사업부도로 채권자들을 피해 노숙생활을 하던 정모(54)씨는 집수리와 도배 일을 하면서 받은 일당을 모아 1500만원을 저축했다. 정씨는 “아내와 떨어져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재결합이 어려워질 것 같아 저축왕에 도전했다”며 “내가 저축한 금액만큼 더 적립해주는 희망플러스 통장 가입요건도 갖추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식에 손을 댔다가 가산을 탕진한 이모(45)씨는 “이 생활에서 벗어나려면 저축밖에 없다고 결심해 한 달 수입의 95%를 저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상위 7명에게는 저축왕 상장을 주는 한편 70명 전원에 대해 3월에 약정할 희망플러스통장 가입자로 추천할 예정이다.
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