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나라당 쇄신 갈등 원칙대로 풀어라
입력 2012-01-02 18:38
한나라당 내홍이 심상찮다. 김종인·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의 전력을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친이명박계 의원들이 2일 세 규합을 통한 집단 의사표시도 불사하겠다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김 비대위원은 1월 말까지 인적쇄신 문제에서 변화가 없으면 사퇴할 수 있다며 배수진을 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친이계 의원들은 김 비대위원이 동화은행 뇌물수수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고, 이 비대위원은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당 정체성에 배치되는 발언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비대위원들은 전력 시비 제기가 MB정부 실세 용퇴론을 거론한 데 대한 조직적 반발이며, 비대위가 부여받은 당 쇄신 활동과 전력 문제는 본질적 연관이 없는 사안이라고 맞서고 있다.
어느 쪽 주장이 맞느냐를 떠나 변혁의 깃발을 흔들며 거침없이 나아가도 부족한 여당 비상체제가 제풀에 고꾸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한나라당의 현 갈등은 공천 문제를 둘러싼 기존 정치세력들간 힘겨루기로 비쳐져 정치 전체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킬 뿐이다. 정치권이 ‘뼛속까지 바꾸겠다’더니 결국 기득권에 집착하는 구태에서 한 발짝도 못나간다며 국민들이 마지막 기대마저 접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필요하다면 원점에서 다시 쇄신을 시작하겠다는 각오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비대위 인선의 적정성 문제뿐 아니라 비대위원들의 행동방식이나 비대위 운영절차 등에 대해 제기된 문제들도 차제에 정리해야 한다. 당 일각에서 다른 비대위원들의 비리가 있는 듯 시사하며 추가폭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은 부적절하다. 중대한 문제가 있다면 자신이 불이익을 보더라도 대의를 위해 공개해야 하며, 사소한 문제인데 마치 중대한 것처럼 꾸미는 것은 소인배의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한나라당에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서릿발 같은 정치 쇄신 요구 앞에서 자기희생의 대로를, 원칙에 따라 뚜벅뚜벅 걷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