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시각장애인 아사모 회원 46명, 한센인들의 손과 발이 되다
입력 2012-01-02 16:41
[미션라이프] 바쁜 시간을 쪼개 봉사활동에 나서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하물며 자신의 앞도 못 보는 사람들이 남을 정성스레 돕는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아사모·회장 강병식) 소속 시각장애인들이 그들이다.
아사모는 소록도 봉사활동을 왔다가 만난 기독 시각장애인 10여명이 2002년 12월 결성했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에게 예수 사랑을 전하자며 의기투합한 것이다.
회원들은 2일 새벽 44명의 자원봉사자와 함께 3박 4일 일정으로 전남 고흥 소록도의 한센병 환우들을 찾았다. 이들은 새벽예배를 드린 뒤 삼삼오오 소록도 6개 마을 주민의 가정을 방문해 인사하고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침을 놓아주고 그동안 갈고 닦아온 안마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고장난 시계나 가구, 피아노조율 등 간단한 수선을 비롯해 집안청소와 식사수발, 밭일돕기, 말벗해드리기, 마을청소 등 봉사에 비지땀을 흘렸다. 또 자발적으로 모금해 사탕 치약 비누 수건 등 생활필수품을 전달했다.
뜻밖의 섬김을 받은 사람들은 매우 고마워했다. 특히 그들이 시각장애인이란 사실을 알고 큰 놀라움과 감동으로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날 30분간 침과 안마 시술을 받은 한센병 환자인 유인석(83) 할아버지는 “팔다리가 쑤셨는데 침을 맞고 안마를 받으니 근육이 풀리면서 힘이 난다”면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봉사하는 모습을 보니 더 오래,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매주 봉사에 나선다. 불편한 몸에도 아랑곳없이 사회 구석구석 불우 이웃을 찾아 섬긴다.
아사모는 겨울이 다가오면 봉사자와 함께 김장을 담가 재가장애인, 독거노인, 노숙인, 소록도 주민에게 전달한다. 이들의 헌신적인 봉사는 서울 영등포 광야교회, 경기도 안산 월피동 사무실, 농어촌교회 등에서도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아사모는 봉사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다. 모임을 통해 시각장애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나누고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교환하기도 한다. 또 함께 찬양을 하고 시내 나들이도 한다.
강병식(52·시흥목감교회 장로) 회장은 “그동안 소록도에 다녀온 자원봉사자가 2500여명에 달한다”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작은 것이나마 나누려는 사람들이 우리 회원들”이라고 소개했다.
녹내장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김정복(49·안마업·성복중앙교회) 회원은 이번 봉사 기간 환우들에게 힘을 주러 왔다가 도리어 힘을 얻었다. 김씨는 환우 옆에서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살아온 이야기를 경청하기도 했다. 김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배우는 게 더 많은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소외 이웃을 찾아 더불어 사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아사모는 매년 신혼여행의 기회를 갖지 못한 장애인 부부를 ‘제주도 보내드리기’ 행사도 4월 장애인 주간에 갖고 있다. 현재 90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아사모는 나눔의 폭을 넓히기 위해 동남아시아 지역에 교회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이런 공로로 아사모는 지난 해 6월 제10회 전국사회복지 자원봉사대회에서 ‘2011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대회장상’을 수상했다(i-asamo.com·031-410-0194).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