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내놔라” 교실·복도서 구타… 경찰, 동기생 1명 입건
입력 2012-01-01 19:58
광주 중학생 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 북부경찰서는 숨진 A군(14·중2)의 동료 중학생 40여명을 조사한 결과 A군에게 29차례나 폭력을 행사한 학생 3명을 찾아내 이들 중 1명을 형사입건하고, 2명도 보강수사 후 같은 조치를 할 방침이라고 1일 발표했다.
경찰은 이날 발표한 중간 수사결과를 통해 가해학생들 중 1명인 같은 학년 B군(14)이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수시로 A군을 때리고 담배를 요구하는가 하면 돈을 빼앗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B군은 그동안 교실이나 복도에서 “담배 있냐”고 물은 뒤 A군이 “없다”고 하면 주먹과 발로 머리, 팔, 가슴 등을 20차례나 구타했다. 또 화장실에서 A군을 만날 경우 수업 시작종이 울려도 자신이 소변을 다볼 때까지 못 가게 하며 “만약 가면 죽여버리겠다”는 등 7차례 협박하기도 했다.
경찰은 또 A군이 학교 성적과 관련해 상당한 고민을 했었다는 급우들의 진술도 확보했다. A군의 한 친구는 “시험이 끝난 후와 성적이 발표된 날 결과가 좋지 않아 아빠에게 혼날 것 같다는 말을 A군이 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또 다른 친구들은 “A군이 1학기 때 가출한 것이 성적 때문으로 알고 있다” “가정에 배달되는 성적표를 낚아채 없애버린다는 말을 들었다” 등등의 진술을 하기도 했다.
경찰은 A군의 자살 동기와 관련, 학교폭력이나 성적 고민은 물론 타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 아직 사망 동기를 담은 유서나 일기장 등을 찾지 못했고, A군의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의 기록에서도 그럴 만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A군 유족이 주장하는 타살 가능성에 대한 수사에서도 관련성이 적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하지만 A군이 숨진 현장 부근에서 수거한 담배꽁초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하는 한편, A군에 대한 부검도 실시할 방침이다. 경찰은 A군이 숨진 지난 28일 하교 이후 행적도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이 밖에 학교 측이 방학을 하루 앞당긴 게 A군 사망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학생들에 대한 회유가 있었는지 수사를 진행 중이다.
광주=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