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해맞이 표정… “솟아오르는 해처럼 희망도 용솟음”

입력 2012-01-01 19:59

임진년(壬辰年) 새해가 시작된 1일 오전 6시쯤. 서울 북한산성매표소 등산로에는 일출을 보기 위해 모여든 등산객 50여명이 깜깜한 산길을 헤드랜턴에 의지해 바삐 오르고 있었다. 헤드랜턴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등산객들은 앞사람을 따라가거나 휴대전화 화면의 빛을 이용해 어렵게 걸음을 옮겼다.

1시간 정도 산을 오르자 주위가 차츰 밝아 왔다. 일출이 가까워진 것을 느낀 등산객들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다시 30분 정도 산을 더 올라 원효봉에 올랐다.

이미 온몸은 땀에 젖었다. 원효봉에는 등산객 100여명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건너편 백운대에도 등산객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날씨는 흐렸지만 등산객들은 혹시 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었다.

일출시간이 지난 뒤에도 날씨가 흐려 해가 떠오르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등산객들은 함께 온 가족, 연인, 친구들과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즐거워했다. 남편, 아들과 함께 북한산을 찾은 박미정(42)씨는 “해는 못 봤지만 가족과 산에 올라 좋다”며 “중학생이 된 아들이 열심히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새해 희망을 밝혔다.

북한산은 하루 종일 새해 첫날을 산에서 보내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들은 고달팠던 지난해를 산 위에서 호쾌하게 떨쳐버리고 새로운 희망을 가슴에 채웠다. 원효봉에서 백운대로 가는 길은 곳곳이 빙판이었고, 간간이 눈발까지 날렸지만 중간에 포기하고 산을 내려가는 사람은 없었다. 미끄러져 넘어져도, 숨이 가빠도 가족과 친구의 손을 잡고 힘겹게 올랐다.

두텁게 하늘을 덮고 있던 구름 사이로 오전 9시30분쯤 해가 모습을 보였다. 일출의 장관은 아니었지만 새해 첫날 북한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첫 해’는 희망을 안겨주기 충분했다. 등산객들은 힘든 것도 잊고 모두 “아” 하는 탄성을 질렀다. 군에서 제대한 지 얼마 안 됐다는 김민재(24)씨는 “못 볼 줄 알았던 해를 봐 기쁘다”며 “왠지 올 한 해는 일이 잘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새해 첫날 ‘처음’을 장식한 것은 산행 말고도 다양했다. 1일 0시 정각 새해 첫 아기 4명이 동시에 태어났다. 서울 묵정동 제일병원에서는 김태연(35)씨 등이 건강한 아기를 낳았다. 역삼동 차병원에서도 유지연(33)씨가 3.29㎏ 여자아이를 출산했다.

인천공항 새해 ‘1호 입국자’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타고 상하이를 출발 0시10분에 도착한 중국인 황위(36)씨였다. 새해 첫 일출은 오전 7시26분 독도에서 시작됐다.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