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파 목청 반영된 ‘부자 증세’ 박근혜 구상 제동… ‘한국판 버핏세’ 국회 통과 안팎

입력 2012-01-01 19:58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하는 이른바 ‘한국판 버핏세’가 지난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반적인 세제 개편 구상에 제동이 걸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자증세 문제는 지난 3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인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과 민주통합당 강기정 의원이 “다음 국회에서 재검토하자”고 합의해 19대 국회로 공이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여당 쇄신파가 본회의 직전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장 2012년부터 소득세를 인상하자”고 주장해 관철시켰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소득세 인상 방안을 화두로 삼아 세부안을 다듬어왔다. 박 위원장은 이때부터 “뭐가 진짜 버핏세냐”는 논쟁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달 초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최고세율 적용 구간 신설로는 부자증세 효과가 미미하다. 자본소득 과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버핏세는 미국 투자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008년 “나처럼 자본을 굴려 엄청난 돈을 버는 사람이 힘들게 일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감세혜택을 받는다”면서 대형 자본에 대한 공격적 과세를 주장해 나온 개념이다. 그런 의미에선 쇄신파의 부자증세 방안보다는 박 위원장의 ‘자본소득 과세’ 입장이 버핏세에 더 맞다는 분석도 있다. 박 위원장과 친박근혜계는 이 같은 부자증세 ‘종합선물세트’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워 유권자들에게 이명박 정부와의 정책적 단절을 자연스레 보여주겠다는 전략을 세웠었다.

반면 쇄신파는 “당장 부자증세를 시작해야 총선에서 ‘부자정당’ 이미지를 벗을 수 있다”고 맞섰다. 부자증세를 당내 최초로 제안한 정두언 의원은 의총에 앞서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자유투표하자”고 요구한 뒤 의총에선 “증세는 전 세계적 대세”라며 박 위원장 측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1일 “어쨌든 박 위원장 입장에선 미스 스텝이 발생한 것”이라며 “향후 당 정책에 쇄신파의 힘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