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시대]최고사령관 추대된 김정은, 탱크부대 방문, ‘선군정치 계승’과시

입력 2012-01-01 21:57

북한 새 지도부가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 계승 의지를 행동으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지난30일 군 최고사령관에 추대된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아버지 사망 후 첫 공식행보로 탱크부대를 방문한 것은 군을 통치의 중심에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 최고사령관 추대=북한 당국이 김정은을 군 최고사령관에 추대한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생긴 권력공백을 발 빠르게 메우고 있음을 뜻한다. 김정은이 군의 최고지도자임을 재빨리 대내외에 선포함으로써 정권 안정을 적극적으로 도모하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김 위원장 영결식 때 금수산기념궁전 광장을 무장한 호위사령부 군인들로 채웠고, 평양시내 연도에 국가안전보위부원과 인민보안원이 아닌 군인들을 배치했다. 이는 김정은 체제 안정을 위해 군을 전면에 내세웠음을 말해준다. 북한 언론매체들이 영결식도 하기 전에 김정은에게 최고사령관 호칭을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최고사령관 추대를 발표하면서 ‘10월 8일 유훈’에 따른 조치임을 강조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지난 30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 결정했다기보다는 김 위원장 생전에 이미 내정해 놓았음을 선언한 셈이다. ‘10월 8일 유훈’의 실체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당 창건기념일(10월 10일)을 앞두고 고위인사들에게 아들의 장래를 부탁하며 자신의 사후 권력운용 방안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조작된 유훈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김 위원장의 권위를 활용하기 위한 상징조작의 일환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북한 지도부 내 분위기를 보면 단기적으로는 김정은이 군을 장악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중국도 큰 힘이 되고 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최고사령관 추대 발표 직후 축하 전문을 보낸 것이 이를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후 주석은 전문에서 “양국의 인민과 군 간에는 새로운 역사적 조건에서도 전통우호 협력관계가 끊임없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탱크부대 방문=김정은이 방문한 탱크부대는 김 위원장이 1960년 8월 25일 김일성 주석과 함께 방문했던 곳이다. 북한이 이날을 ‘선군영도 개시일’로 정해 기념할 정도로 정치적으로 의미가 담긴 부대다. 김정은은 지난 2년여 동안 아버지 김 위원장을 따라 여러 군부대를 시찰했었다. 그러나 아직도 자신에 대한 군의 충성도가 완전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터이다.

김정은이 자신의 후원그룹에 속하는 이영호 군 총참모장과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에게 수행토록 한 것은 주민들에게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려는 뜻으로 분석된다. 김정은은 군에 대한 장악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조만간 아버지의 공식 직책인 국방위원장직에 오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