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지원으로 ‘봉재’ 기술 배우고 패션쇼까지… 필리핀 빈민가 여성 36명의 행복한 수료식
입력 2012-01-01 21:07
지난 주말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40여㎞ 동북쪽에 위치한 불라칸주 산호세델몬테시 타워빌 초등학교에서 때 아닌 패션쇼가 펼쳐졌다. 기독교 국제협력구호단체인 ㈔아시아빈곤선교센터(CAMP·이사장 홍성욱 목사) 봉제센터 1기 교육생 36명의 수료를 축하하는 작품 발표회였다.
수료생들은 손수 디자인한 옷을 입고 나와 맵시를 뽐냈다. 수료생의 멋진 워킹은 전문 패션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멋지고 화려한 무대였다. 몇몇 작품은 패션 전문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수료생은 대부분 빈민가의 여성 가장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봉제센터 기술교육을 통해 새 희망을 꿈꾸고 있다. 수료생 중 22명은 필리핀 봉제기능사 2급 자격증을, 나머지 14명은 필리핀 정부 산하 TESDA 기관의 수료증을 취득하는 등 응시생 전원이 합격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 사역은 한국 노동부 산하 ‘함께 일하는 재단’의 해외 협력사업인 ‘스마일 투게더’ 사업의 일환으로 SBS 희망TV,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루 한 끼로 버티는 타워빌 빈민가 주민의 생활고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선 것이다.
봉제센터 교육은 단순히 재봉틀 사용법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옷의 구조와 디자인, 패턴, 재단과 재봉 등 옷을 만들기 위한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진행한다. 봉제센터는 이제 본격적인 제품 생산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이달부터 인근 학교의 교복을 생산하고 중저가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 마케팅 전략도 세웠다. 또 연세대 경영대 프로그램인 uGET 프로젝트를 개설, 봉제센터의 성공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의 기업과 단체들은 필요한 것을 값싼 가격에 공급받고, 필리핀인은 빈곤 문제를 해소하는 ‘윈윈(Win-Win)’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는 게 캠프 대표 이철용 목사의 분석이다.
봉제센터가 위치한 타워빌은 강제 철거, 태풍과 화재 등으로 살아갈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대표적인 슬럼 지역으로 현재 6000여 세대 5만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직업을 갖기 위한 기반시설은 전무한 실정이다.
대부분 비정기적인 노동에 의지해 생활하다 보니 가정해체가 일어나기 일쑤다. 또 홀로 남은 여성과 아이들의 생활이 막막한 상황이다. 일부 여성은 생존을 위해 성매매를 하기도 한다.
캠프는 지난해 4월부터 3개월 동안 문제 해결을 위한 현지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에 따라 타워빌 경제를 살리기 위한 직업모델 개발에 들어갔고 지난 7월 ‘캠프 봉재센터’를 개소한 것이다.
타워빌 주민들은 ‘캠프 봉제센터’가 단순히 기술교육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일자리 창출과 안정적인 가정과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리고 봉제센터 건축과 기술교육에 몰두했고 힘든 기술교육 과정을 이수해낸 것이다. 최근 현지 시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선정되어 3동의 공장 건물을 무상으로 대여 받고 있다. 유치원도 함께 운영해 아이를 가진 여성 가장들이 마음 놓고 근무에 전념하고 있다.
이날 수료생 대표로 로웨나 오살(42)씨가 인사를 했다.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경험도 없는 자신들에게 기술교육 과정을 마치고 당당하게 국가 기능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교회와 캠프 측에 감사한다”고 울먹이자, 청중들의 격려의 박수가 10여분간 터져 나왔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