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일성 3세’의 북한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입력 2012-01-01 18:13

김정일 사후 북한의 행보를 예고해주는 신년 공동사설이 발표됐다. ‘선군(先軍)’ 등 기존 북한 노선에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난달 30일 북한 최고기관인 국방위원회가 이례적으로 기관 명의의 성명을 통해 남측을 맹비난하면서 “우리에게서 그 어떤 변화도 바라지 말라고 자신감을 가지고 엄숙히 선포한다”고 밝혔을 때 이미 예감하긴 했지만 그래도 실망스럽다. 온 세상이 하루가 달리 변하는 마당에 과거의 껍질에 틀어박혀 시대착오적인 ‘유훈통치’나 뇌까리고 있는 북한을 상대해야 할 일이 암담하다.

하긴 북한의 이런 구태는 새삼스럽지 않다. 공동사설은 “유일적 영도체제”를 강조하면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는 곧 위대한 김정일 동지”라고 부자를 동일시했다. 김일성이 사망한 이듬해인 1995년 신년 공동사설이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는 곧 경애하는 수령님”이라고 했으니 결국 ‘김정은=김일성’이다. ‘김일성 3세’가 다스리는 세습왕조가 역사와 변화의 물결을 거스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나마 공동사설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미 비난과 ‘핵보유국’ 주장을 하지 않은 점이다.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앞으로 북미대화를 적극 추진해나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반면 남측에 대해서는 비난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임기가 1년 남은 현 남측 정부와는 대화를 포기하고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구사하겠다는 의도로 읽히지만 단순히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남남갈등을 유도해 대선과 총선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려는 계산도 엿보인다.

즉 공동사설은 “(남북)대결을 격화시키는 역적패당의 반통일 적대정책을 짓부셔버리기 위한 거족적인 투쟁을 벌려나가야 한다”고 남측 친북세력을 부추겼다. 또 5년 만에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재개했다. 북한이 하필 올해 주한미군을 “조선반도 평화보장의 기본장애물”이라고 표현하면서 철수 주장을 재개한 이유는 명백하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반미세력을 결집시키는 등 남남갈등을 증폭시키려는 것이다. 북한의 이런 술책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