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홍순영] 침체를 넘어, 도약을 향해

입력 2012-01-01 18:22


달력의 첫 장이나 연하장에는 어김없이 ‘근하신년(謹賀新年)’이란 문구가 쓰여 있다. ‘삼가 새해를 축하합니다’라는 뜻이다. 그러나 올해에는 근하신년을 선뜻 표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그 어느 해보다 내일을 예측하기 어렵고 불확실성이 많은 한 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는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곳곳에 남아 있다. 남유럽이 진원지인 글로벌 재정위기는 여전히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의 잇따른 대선 및 정권교체, 북한의 3대 세습체제 출범 등도 잠재된 불안요인들이다.

대내적으로는 수출증가세의 둔화, 투자 및 내수부진에 따른 성장률 둔화, 고용불안이 문제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자영업 및 가계부채 부실화에 따른 사회적 불안의 증폭이 우려된다. 깊어지는 양극화, 높아가는 복지요구, 잠재된 물가불안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면 내수부진 심화, 중소기업 경기의 악화, 고용감소, 소비감소, 경기침체의 악순환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새해를 축하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새해를 맞아 우리의 역동적 도전정신이 다시 한번 발휘되기를 기대한다. 그리하여 경기침체 극복을 넘어, 선진경제로의 도약을 향한 계기를 만들 것을 제안한다. 우리는 숱한 역사적인 고난과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7위의 무역대국,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을 이룬 민족이다.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를 딛고 후진국 중 유일하게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한 국민이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우리 국민에게는 사전적인 용어가 아니다. 최근만 해도 우리는 IMF 외환위기 과정에서 개혁을 통해 경제의 체질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는 세계 제1의 위기대응 역량을 보여주었다. 우리의 발전 경험을 개도국들에 전파하고 글로벌화를 가속하는 계기도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전후 55년 만에 총 생산을 750배, 1인당 소득을 300배나 늘린 국민이다. 어느 나라가 한국이 조선과 전자산업에서 최고가 되고, IT로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생각했겠는가. 누가 세계 피겨여왕의 탄생과 K-pop 열풍을 예견하였겠는가. 그러나 우리의 질주는 계속돼야 할 것이다. 아직도 경제와 문화 모두 선진국 문턱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대내외 여건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우리는 능히 넘어설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경제는 마음먹기에 달렸음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의 신용경색에 대비한 선제 조치를 준비해 둬야 한다. 금융기관은 비 올 때 중소기업에 우산을 받쳐줄 수 있는 역량을 함양하고 실천해야 한다. 대기업은 협력기업에 납품단가를 제대로 지급해야 한다. 기술이나 인력을 탈취하지 않는 공정거래를 통해 공생의 시스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준비된 창업을 통해 생존율을 높여야 한다. 혁신과 국제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강소기업을 추구해야 한다. 물론 정부와 대기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새해 아침, 우리 모두 침체를 넘어 재도약을 향한 목표를 야심 차게 설정하자. 꿈과 신념을 공유하며 역량을 결집할 것을 다짐하자. 새해 새벽마다 전국의 산과 바다는 새해맞이로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 현상이다. 이 극성스러움과 열정을 도약을 향한 길에 쏟아붓자.

내년 새해부터는 가슴을 쫙 펴고 謹賀新年, “삼가 새해를 축하합니다.”라고 인사할 수 있는 희망 선진경제를 함께 만들자. 우리는 할 수 있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