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세기 이탈리아 저택. 벽면 가득 이탈리아와 홀랜드 작가의 그림들이 걸려있다. 한 노인이 의자에 앉아 있고 젊은 여인이 그의 무릎을 베고 누워 있다. 여인의 오른손에 팔레트와 붓, 나무망치, 한 권의 책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 보아 여인은 회화 혹은 미술의 알레고리이다. 얀 브뤼겔 디 엘더의 작품으로 전해진다.
옆으로 눈 돌려 보면 둥근 테이블 위에는 별자리 표식이 선명한 천구의와 천체관측기, 렌즈, 콤파스 등의 도구들이 있고 그 정면에 천문행성도가 놓여있다. 천구의 뒤에 있는 책들은 독일 천문학자 케플러의 저서들이다. 방 안쪽 오른쪽 구석에는 역사상 최초의 잠수함을 발명한 드레벨의 과학기구 또한 자리 잡고 있다.
이 노인은 갈릴레오나 케플러의 초상인가? 천문학이나 기하학과 같은 과학을 상징하는 것인가? 예술은 아름다운 젊은 여성이 상징하듯 주관적이고 감성적이며 직관에 근거하는 것인 반면, 과학은 나이 든 남자가 갖는 분석적이고 합리적인 면을 상징하는 것이다.
과학과 예술이 분화되는 17세기적인 장면처럼 두 영역이 만나는 곳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
김정화(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예술 속 과학읽기] (1) 노인 무릎을 베고 누운 여인
입력 2012-01-01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