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 초단타 매매 죄 안된다”… 법원, 전용회선 빌려준 증권사도 모두 ‘무죄’ 판결

입력 2011-12-30 19:13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에서 스캘퍼(초단타 매매자)에게 속도가 빠른 전용회선 등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은 증권사 대표가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스캘퍼도 죄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2011년 증권가를 뒤흔들었던 ELW 사건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증권사, 스캘퍼 모두 무죄=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는 ELW 거래 과정에서 불법 매매로 수십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 등 스캘퍼 2명에게 “부정한 수단을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스캘퍼란 빠른 주식정보로 몇 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대량의 주식물량을 거래해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를 말한다.

같은 법원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시철)는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유흥수 LIG투자증권 사장, 임기영 대우증권 사장, 이택하 한맥투자증권 대표,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 나효승 전 유진투자증권 대표 등 증권사 임원 10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일반투자자가 ELW 시장에서 손해를 본 원인이 증권사가 스캘퍼에게 전용선을 제공한 데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앞서 대신증권 노정남 대표, HMC투자증권 제갈걸 사장에게도 무죄를 선고하는 등 지금까지 7개 증권사 임원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확연히 대비된 검찰과 법원 시각=이번 사건의 핵심쟁점은 증권사가 스캘퍼에게 특혜를 제공했는가 여부다.

검찰은 스캘퍼들이 증권사 직원과 짜고 주문전용선(DMA)을 이용,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바로 거래소에 연결되도록 편의를 봐줘 개인투자자보다 3∼8배 빨리 주문을 처리할 수 있었다며 명백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증권사로부터 전용주문 서버와 검색시간이 단축된 별도 데이터베이스를 제공받고 ELW 기초자산에 관한 시세정보도 우선해서 받은 것은 법적으로 금지된 것이 아니고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에게도 제공하고 있었음이 판명됐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의 손실 원인에 대해서도 양측의 입장은 엇갈렸다. 검찰은 증권사가 스캘퍼에게 특혜를 제공한 탓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스캘퍼 때문이 아니라 ELW 시장의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개인투자자가 고위험 상품인 ELW에 투자하는 투기적인 매매형태 때문에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지 스캘퍼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문제 해결 방법에 있어서도 검찰은 행정규제는 물론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금융당국이 전자통신기술을 충분히 검토한 후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