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기지 건설추진단 동행 르포] “펭귄 다칠라 조심 조심”… 아라온호 31일 현지 도착

입력 2011-12-30 21:20


두꺼운 얼음을 깨치며 극지 바다를 거침없이 항해한 끝에 남극에 닿은 아라온호. 7487t에 111m 길이의 위풍당당한 이 배가 남극으로 항해하는 도중 바다 위에서 피해 다닌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귀염둥이 펭귄입니다.

남극의 펭귄들은 평생 아라온호 같은 커다란 배를 본 적이 없었던지 배가 다가와도 멀뚱멀뚱 지켜만 봅니다. 아라온호 브리지에서 제발 피해 가라고 외치며 뱃고동을 울리면 그제서야 후다닥 피하는데 어떤 녀석들은 얼음 위에서 그대로 버팁니다.

쇄빙선은 직선으로 곧게 나갈 때 제대로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뱃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면 쿵쾅거리는 소음이 커지고 쇄빙능력은 떨어집니다. 그러나 아라온호는 펭귄을 피해 갑니다.

힘들더라도 펭귄을 피해 가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혹한의 환경에서 살아가는 펭귄과 해표들, 몇 ㎝에 불과한 지의류(地衣類) 식물들은 위대한 자연이 품은 생명들입니다. 아라온호가 한 마리 펭귄을 존중한 것은 대자연의 위대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것은 남극 연구의 궁극적인 목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의 과학자들이 얼음 대륙에 기지를 짓고, 혹독한 추위 속에서 해가 뜨지 않는 겨울과 해가 지지 않는 여름을 나는 이유는 이곳에 미래 인류를 위한 비밀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보존하고, 모든 생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인류의 미래는 없습니다. ‘공존공생’의 정신은 한 마리의 펭귄을 소중히 여기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아라온호는 12월 31일 밤 10시쯤(현지시간) 장보고기지가 들어서게 될 남극 테라노바 만 인근 빙하지역에 도착합니다. 2011년 10월 2일 인천항을 출발한 지 3개월 만입니다. 직선거리 1만1100㎞로, 서울~뉴욕 사이(1만1043㎞)보다 더 먼 거리를 달렸습니다. 도중에 러시아 선박을 구조하느라 지체됐지만 생명존중, 공존공생의 정신을 실천한 것이어서 일정 차질을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아라온호에 동승한 국민일보 남극특별취재팀은 장보고기지 건설 현장에서 대한민국 과학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펼치는 다양한 활동을 생생히 전달하겠습니다. 많은 성원 바랍니다.

아라온호(남극)=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