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박근혜, 김종인·이상돈 사퇴시켜야” 반격
입력 2011-12-30 18:49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30일 ‘감정대립 자제’를 요구하며 이상돈 비대위원의 이명박 정권 핵심 실세 퇴진론으로 촉발된 한나라당 내 갈등 봉합을 시도했다. 그러나 퇴진 대상으로 지목된 홍준표 전 대표가 이 위원 등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여당 분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쓸데없는 감정 대립하면 대의 놓쳐”=박 위원장과 당내 출신 비대위원들은 일단 사태 진화에 무게를 실었다. 박 위원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쇄신은 모두의 힘을 모아야 가능하다”며 “그 과정에서 쓸데없는 오해나 감정대립은 목표하는 본질을 훼손하고 이루고자 하는 대의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과 정치를 변화시켜 국민의 삶을 편하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인데, 이 소중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쇄신이 필요하고 이 쇄신을 위해 우리의 힘을 모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쇄신은 한 두 사람의 힘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며 단합을 주문했다.
쇄신파 초선 의원 출신인 김세연 비대위원도 “초반의 논란이 지나치게 불거지면서 오해가 갈등을 부르고, 비대위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고 주광덕 비대위원은 “우리의 책무를 제대로,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절제와 여백의 미도 필요한 시간”이라고 당 화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외부 출신의 김종인 비대위원은 언론과의 접촉에서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만큼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인적 쇄신이 한나라당에서 가장 중요하다”며 “자기가 뭘 잘못해 당이 이렇게 됐는지 잘 안다면 스스로 책임질 생각을 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그는 “인적 쇄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국민이 심판할 것이고, 일본 자민당처럼 망할 수 있는데 무슨 정치를 한다는 것이냐”고 일갈했다. 쇄신 대상에 친박계도 포함된다고 밝힌 김 위원은 “1월 말까지 비대위가 확실하게 입장을 정하지 못하면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종인·이상돈 물러나라”=홍준표 전 대표는 MBC라디오에 출연해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그는 “박 위원장이 폐쇄적인 인선을 하는 바람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서 “쇄신 전반이 도덕성과 강한 추진력을 가지려면 이런 불투명한 국가관을 가진 사람과 부패한 사람은 사퇴시키는 것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날에 이어 다시 한번 김 위원의 과거 동화은행 뇌물수수 사건을 거론하며 “수형까지 됐던 것은 공직 자격이 없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또 이 위원에 대해선 “국가관의 문제, 국가 정체성의 문제”라며 “(천안함 사건) 괴담을 현실로 주장한 것은 옳지 않다”고 비난했다. 홍 전 대표는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이렇게 국가관이 불투명하고, 부패한 인물이 들어온 것을 어떻게 당원들이 받아들일지 전직 대표로서 걱정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상득 의원에 대해서는 “앞으로 있을 파장을 생각해서 정계은퇴를 지금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시 퇴진 대상으로 지목된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 트위터에 “술불연천(術不連天)을 2012년도 사자성어로 하겠습니다”라며 “술수로는 뜻을 이룰 수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박근혜 비대위’를 겨냥했다는 관측이 많다. 친이명박계에서는 외부 비대위원들 발언에 박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한 의원은 “쇄신이나 국민의 뜻으로 빙자해 1인 사당화, 1인 독재정당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며 “박 위원장은 이재오·정몽준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 달라’ ‘역할해 달라’고 해놓고, 비대위원들이 ‘나가라’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중플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