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와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사람들… ‘예술, 상처를 말하다’

입력 2011-12-30 18:42


예술, 상처를 말하다 / 심상용 (시공아트·1만8000원)

카미유 클로델, 반 고흐, 프리다 칼로, 권진규, 백남준, 앤디 워홀…. 이들은 모두 각자의 상처와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 주인공들이다. 반 고흐는 시도하는 일마다 실패했던 루저였다.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까지 실패해 이틀 동안 고통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는 생전에 고통을 벗어나려 애쓰는 대신 고통마저도 영원의 집으로 향하는 순례의 여정으로 생각한 천재 화가였다.

목탄 소묘로 유명한 케테 콜비츠는 아들과 손자를 차례로 전쟁에서 잃고, 남편과 함께 평생 빈민가에서 생활했다. 빈민가 의료에 몸 바쳤던 남편 때문이었을 수도 있지만, 그녀가 빈민가에 머문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예술가의 본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조각가 권진규 역시 스스로 이방인의 자리를 택했다. 일본에서 주목받던 조각가였지만, 오히려 고국으로 돌아와 냉대를 받고 가난에 시달렸다. 일본으로 돌아오라는 일본인 아내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 이방인이라는 낯선 자리를 지켰다. 작품 가치를 가격으로만 환산하는 이 시대에 이들 예술가의 상처야말로 작품에 깃든 진정한 유산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저작이다. 동덕여대 큐레이터과 교수.

정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