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20년] 中, 민족주의 업고 ‘거친 외교’ 펼치나
입력 2011-12-30 18:20
중국은 내년 10월이면 ‘5세대 지도부’를 구성하게 된다. 차기 지도부에는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만 남고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포함한 7명이 물러난다.
5세대 지도부가 중국 내에서 고조된 민족주의 성향을 등에 업고 유소작위(有所作爲, 해야 할 일은 적극적으로 나서 이뤄낸다)를 내세워 ‘거친 외교’를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위대한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
차기 지도부에서 중국의 외교안보정책을 결정하는 중앙외사영도소조를 이끌게 될 시 부주석은 재작년 10월 항미원조전쟁 60주년 기념식에서 한 이 발언으로 한국의 거센 반발을 샀다.
중국은 6·25전쟁을 ‘조선전쟁’과 ‘항미원조전쟁’으로 나눠 조선전쟁은 남북한 간 ‘내전’, 항미원조전쟁은 중국인민지원군이 중국 동북지역을 위협한 ‘침략자 미국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1950년 10월 25일 압록강을 넘으면서 시작된 ‘국제전’이라고 주장한다. ‘정의로운 전쟁’은 바로 이러한 논리에 따른 것이다.
공산당 간부 교육기관인 중앙당교 교장을 겸임하고 있는 시 부주석이 공산당 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것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시 부주석은 평소 덕(德)을 중요시하는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외 정책과 관련해서는 당의 노선을 충실히 따를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차기 지도부에서 총리직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리 부총리는 지난해 10월 한국 방문 당시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기업인들을 만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한중 양국 경제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잘 아는 만큼 한국기업의 대중국 투자나 양국 경제협력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경제전문가인 왕치산(王岐山) 부총리도 한국과의 경협에 관심이 많은 인물로 분류된다.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자 가운데 장더장(張德江) 부총리의 경우 김일성종합대를 졸업해 북한과 가깝다는 평을 듣는다. 류윈산(劉云山) 중앙선전부장이나 리위안차오(李源潮) 중앙조직부장 등 다른 인물들도 대부분 북한을 도외시한 채 한국을 쳐다보지는 않을 것이란 게 중평이다.
중국의 ‘거친 외교’는 재작년 11월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잘 보여줬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에 대한 우리 측 의사는 무시한 채 좌충우돌식 행보를 보인 끝에 일방적으로 6자 회담 제의를 발표하는 외교적 무례를 서슴지 않은 것이다. 5세대 지도부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재연될 소지는 상존하고 있다는 게 베이징 외교가의 관측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