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해엔 단합된 국민의 저력 발휘하자
입력 2011-12-30 18:32
새해다. 가족들과, 친구들과 희망을 이야기할 때다. 밝은 미래와 꿈을 그릴 때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무거운 게 현실이다. 2012년 우리 앞에 놓인 상황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북한 김정일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세계적인 현상이긴 하나 올해 경제 사정 역시 나아질 기미가 없다. 오는 4월과 12월에 각각 치러질 총선과 대선 과정을 통해 이념·세대·지역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풍랑을 헤쳐 나가려면 고된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거듭된 위기들을 극복하고 작금의 경제번영을 이룬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올해의 난제도, 시련도 충분히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
지난해 정당들은 성난 민심으로 휘청거렸다. 민생은 도외시한 채 ‘정치인을 위한 정치’ ‘패거리 정치’에 몰두한 결과였다. 정당들은 고육지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민주당은 간판을 내리고 외연을 조금 넓혀 민주통합당으로 탈바꿈했다. 이들이 총선과 대선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헌법재판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선거 열기는 후끈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기선잡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20대 청년을 비대위원에 임명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야당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들 비리 사건을 놓고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여야 간 대결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듯 여야 대립은 우리 사회를 양분시킬 소지가 크다. 달콤해 보이는 선심정책도 남발될 것이다. 정치꾼의 농간에 또 넘어가선 안 된다. 유권자들은 기존 정당들을 혼냈던 경험을 토대로 ‘정치의 해’인 올해 양대 선거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진정으로 헌신할 인물을 뽑아야 할 것이다. 이념에 흔들리지 않는 국민의 힘을 보여줄 때다.
‘정치의 해’ 통합 이끌 지도자 뽑아야
내년부터 5년 간 우리나라를 이끌 차기 대통령의 가장 큰 덕목은 통합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지키되 좌우를 포용하는 폭 넓은 리더십을 지닌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나는 선(善)이고, 너는 악(惡)’이라는 흑백논리가 횡행하는 세태를 바로잡을 수 있다. 그래야 보수 대 진보, 2040 대 5060 간 대립을 줄일 수 있다. 더욱이 국가 안팎의 과제들을 효과적으로 풀기 위해서도 민의를 하나로 모으는 일이 절실하다.
한반도는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처럼 미국과 중국 러시아 3국이 올해 대선을 치르거나 정권이 교체된다. 북한 권력도 숨진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넘어가고 있다. 최대 변수는 우리나라와 이웃하고 있는 북한이다. 김정은이 핵 개발과 무력도발을 일삼아온 김정일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강성대국 원년’ 운운하고 있어 어떤 선택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국민은 안보의식을 높여야 한다. 정부는 안보의 틀을 빈틈없이 구축하는 동시에 주변국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북한을 개혁·개방의 길로 유도해야 한다. 철권통치보다 개혁·개방을 통해 북한 인민들이 고깃국에 쌀밥을 먹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북한 정권에도 더 유리하다는 점을 김정은이 인식하도록 설득해야 할 것이다.
경제 현실도 먹구름이다.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돌파했으나 서민들은 그 온기(溫氣)를 느낄 수 없다. 지난해 서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반영하는 지표인 경제고통지수는 3년 만에 최악이었다. 고물가·고실업에 실질임금까지 줄어들어 서민들의 삶이 고단해진 것이다.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올해 서민들 살림살이는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적으로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우리나라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3.7%로 낮췄다. 이에 따라 일자리 창출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구세군 자선냄비에 1억원이 넘는 돈을 선뜻 내놓은 사람이 있었다. 근근이 살아가면서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21년간 기부해온 환경미화원도 있었다. 이런 따뜻한 사랑과 배려의 실천이 사회 구석구석으로 확산돼야 한다. 나라가 어려울수록 가장 고통 받는 계층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다. 이들이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공동체 구성원들이 끌어안아야 한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공동체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확고히 할 때 건강한 사회는 앞당겨지고, 국격(國格)도 올라갈 것이다. 5000만 국민 개개인이 힘을 보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