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4.0, 다시 부흥이다] “아픔 어루만지는 선한 이웃, 칭찬받는 교회가 돼야”
입력 2011-12-30 18:14
2012년 새해가 밝았다. 128년 전 복음의 씨앗이 뿌려진 이후 한국사회를 이끌어 온 교회는 90년대 이후 심각한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회의 곳곳에서 선한 일을 많이 하고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제 교회는 한국사회를 이끌고 가야 할 지도적 위치를 다시 찾아야 한다. 건강하고 성숙한 교회가 되는 것이 부흥의 길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부흥할 수 있는가? 본보는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담임목사와 대표적 역사신학자인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를 초청해 신년특별좌담회를 열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박명수 서울신대 교수
-201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에는 유난히도 한국교회에 사건이 많았습니다. 그로 인해 교회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공격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제 교회는 정체를 벗어나 부흥을 향한 새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명수 교수=한국교회는 90년대 이후부터 성장이 정체되었습니다. 최근엔 위기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교회 안팎에서 생겨나는 많은 문제들은 과연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바로 살아가고 있는가를 물어보게 됩니다. 부흥은 상한 심령에서 일어납니다. 상한 심령을 갖고 겸손하게 하나님 앞에 나가게 되면 반드시 한국교회는 부흥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영훈 목사=진정한 부흥은 영적갱신운동으로부터 출발합니다. 사도행전 2장에 나타난 것과 같은 강력한 성령의 임재, 말씀중심의 공동체, 하나님 앞에서의 철저한 회개, 간절한 기도와 전도가 오늘날 교회에 회복되게 될 때 부흥의 역사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교회는 세계 교회사에서 유례없는 고성장의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특별히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은 한국교회의 가장 대표적인 부흥운동입니다. 당시의 부흥이 재현될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 목사=1907년 대부흥운동은 절망의 시기에 우리 민족의 희망이 오직 하나님께 있음을 깨닫고 하나님을 간절히 찾음으로써 성공했습니다. 모든 성도가 통회자복하며 하나님께 나아갔을 때 하나님께서 놀라운 부흥을 허락하셨습니다. 오늘날의 문제는 풍요로움 속의 빈곤입니다. 환경은 비교할 수 없이 풍요로워졌으나 상대적으로 감사가 사라지고 도덕적 불감증이 만연해 있습니다. 이러한 때 한국교회가 다시 첫 사랑을 회복하여 영적으로 재무장하고 일어나야 합니다. 조선말 개화기에 한국 민족에게 크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쳤던 것 같이, 절망에 처한 사회에 희망을 주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섬기며,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칭찬받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 교회의 부흥이 당연히 뒤따르게 될 것입니다.
△박 교수=선교사들은 1907년 부흥운동을 참된 부흥(genuine revival)이라고 불렀습니다. 당시 부흥운동의 목적은 많은 사람을 전도하는 것이 아니라 참된 신자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부흥은 넓이의 문제가 아니라 깊이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참된 회개가 일어났고, 성령의 깊은 체험이 있었고, 나중에는 교회도 엄청난 성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침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한국사회로부터 기독교인이 과연 세상과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대답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영적으로, 도덕적으로 참된 기독교인이 되려는 몸부림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90년대 이후 급속히 교회성장의 정체현상을 보여 왔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박 교수=외적으로는 인구증가 정체, 경제성장에 따른 편안한 삶, 전통종교와 무속신앙의 부흥, 반기독교 정서의 발흥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내적으로는 세속화, 윤리 도덕의 약화가 교회정체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사회는 점점 공정해지는데 기독교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교회가 결국 사람들의 가십거리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성장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이 목사=1960∼70년대 당시 한국사회가 처절한 가난 속에 있을 때 모두가 새마을운동 등을 통해 ‘잘 살아보자’는 희망을 가지고 어려운 환경에 도전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동시대에 순복음교회의 조용기 목사가 앞장서서 선포한 절대긍정의 메시지와 성령의 역사로 절망에 처한 사람들의 삶 속에 큰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고난의 시대를 극복하고 희망으로 내일을 열어가게 하는 데는 교회가 결정적으로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그러나 88올림픽 이후 한국이 물질적으로 크게 부요해지자, 성도들은 평안한 삶에 안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의 기도의 열정, 전도사명을 잊고 편안한 삶에 안주함으로 교회 정체가 다가온 것입니다. 다시금 오순절 마가 다락방에 임했던 성령의 역사가 우리 한국교회에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역시 부흥은 성령의 역사입니다. 부흥은 인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해야 성령이 역사하는 교회가 될 수 있을까요?
△이 목사=철저하게 모든 운동이 성경 중심적 운동이 될 때 성령의 역사하심이 개인과 교회 위에 임하게 됩니다. 성경은 성령의 감동으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에 성령운동은 철저하게 하나님 말씀에 기초를 두어야 합니다. 나아가 약속의 말씀에 대한 절대긍정의 믿음과 강력한 기도가 성령이 역사하는 교회를 만듭니다.
△박 교수=성령을 체험하기를 더 원해야 하는데 하나님께서 성령을 보내 주시기를 더 원하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성령을 체험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성령의 역사를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성령을 체험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자신을 성령님께 내어 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성령님께 순종하는 것입니다. 성령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회개하라고 하시면 회개하고, 나누어 주라면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세상과 소통되지 않습니다. 사실 오순절의 역사는 소통의 역사였습니다. 그래서 예루살렘의 모든 사람이 다 베드로의 설교를 알아들었다고 했습니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한국기독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박 교수=기독교는 소통의 종교입니다. 처음 오순절에 사람들은 각기 자기의 언어로 알아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상대방의 언어로 말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의 언어를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소통하려면 상대방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이 목사=한국교회는 우리만의 교회라는 폐쇄적인 울타리를 걷어내고 예수님께서 육신을 입고 낮고 천한 곳에 임하신 것과 같이, 가난하고 소외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섬기는 사역을 펼쳐 나아가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본을 보여주신 겸손과 섬김, 희생적 사랑이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진정한 부흥이 일어날 때 그리스도의 사랑이 많은 사람들에게 나타났습니다. 지금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젊은이들이 삶의 희망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교회는 어떻게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요?
△이 목사=교회는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늘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사도행전 교회와 같이 가진 사람들이 가난한 자들을 위해 아낌없이 내어놓는 진정한 기부문화와 섬김의 역사가 나타나야 합니다.
△박 교수=기독교는 십자가의 종교입니다. 십자가는 짐을 바꿔 지는 것입니다. 먼저 한국교회는 실패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1%만이 승자가 되고, 대다수는 패자가 되는 사회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한때 실패했던 사람들도 다시금 희망을 갖고 일어설 수 있도록 교회는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회가 먼저 가난한 자리에 서 있어야 합니다. 성공한 모든 사람을 죄인 취급해서도 안 됩니다. 그들 가운데 성실하게 노력한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의 노력을 정당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2012년 새해를 맞이하여 특별히 한국교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박 교수=지금 한국교회는 조정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낙심하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 앞에 진지하게 무릎을 꿇는다면 한국교회는 반드시 새롭게 부흥할 것입니다.
△이 목사=한국교회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금 1907년과 같은 대부흥운동이 일어나야 합니다. 말씀과 기도를 기초로 한 철저한 회개운동, 전도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는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개인적 성화에서 사회적 성화로 그 영역을 넓혀나가야 합니다. 교권주의, 물질만능주의, 개교회주의의 잘못된 모습을 버려야 합니다. 가난한 사람, 소외된 사람을 돌보는 사역을 더욱 활발히 전개해야 하며, 생태계 보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파 간 모든 갈등과 대립의 자세를 지양하고, 서로가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손에 손 잡고 하나 되어 통일을 준비하는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정리=백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