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권력지형 변화-김정은 체제의 북한] ‘강성대국’ 유훈 계승했지만 경제회생 없인 물거품
입력 2011-12-30 21:29
김일성 100회 생일 4월15일이 대내외 천명 D-Day
2012년, 새해는 김일성 주석 출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북한은 이를 기려 오래 전부터 올해를 ‘강성대국 진입 원년’으로 선포했다. 북한 지도부는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어 제낀다”고 끊임없이 주민들을 세뇌했고 주민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그 상징적 이벤트가 김 주석 100회 생일 행사다. 북한은 김 주석 생일인 4월 15일을 강성대국진입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D-Day’로 잡고 그동안 모든 국가적 역량을 이날에 맞춰 쏟아부어왔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강성대국 건설은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북한은 김 위원장 사망 이틀 후인 지난달 19일 공포한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에게 고함’이란 제목의 발표문에서 “김정일 동지는 그처럼 바라시던 강성국가건설위업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애석하게 서거했다”고 했다. 강성대국 건설이 김 위원장의 유훈이 된 것이다.
예기치 않은 돌발별수로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지만 김 위원장 필생의 염원이었던 만큼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새 지도부가 유훈통치 구현 차원에서 강성대국 건설에 매진할 것은 분명하다.
강성대국 건설의 3대 사업은 10만 가구 살림집 건설, 전력문제 해결, 식량배급 정상화다. 그 중에서도 평양에서 진행 중인 10만 세대 살림집 및 문화봉사시설 건설사업이 핵심이다. 특히 만수대 지구와 김 주석 동상이 있는 창전거리 건설 사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한 당국은 건설 재원 마련과 자재 공급, 그리고 차질 없는 공사를 위해 내각과 인민보안성, 국가보위부, 군부 등 거의 모든 국가 기관은 물론 평양과 지방 소재 대학생까지 동원해왔다. 그러나 무리한 공정과 열악한 장비, 낙후된 기술 등으로 공사가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올해 40만㎾의 전력 공급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 4만 가구(4인 가족 기준)가 사용할 수 있는 발전량이다. 현재 30만㎾ 규모의 희천발전소와 각각 5만㎾급인 어랑천발전소, 백두선군청년발전소가 건설 중이다.
김 위원장은 2010년 4번, 2011년 2번 공사현장을 방문할 정도로 희천발전소 건설에 깊은 관심을 보였었다. 2011년 3월 시작된 희천발전소 공사는 김 위원장 지시로 올 1월 완공될 예정이나 1단계 공사만 끝났을 뿐 2단계 공사는 아직 착수조차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량 문제 또한 녹록지 않다. 북한이 정상적으로 식량을 공급하려면 매년 360만t이 필요하다. 북한은 만성적인 식량난 타개를 위해 2010년 말부터 중국과의 교역을 대폭 장려했다. 그 결과 식량 수입이 증가했으나 그나마 일반 주민들에겐 거의 배분되지 않고 군대를 비롯해 평양 10만 세대 건설 같은 정권 핵심사업에 우선 배정됐다.
강성대국 건설 3대 핵심사업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김 위원장 사망으로 4·15 행사가 당초 계획대로 성대하게 치러질 지도 현재로선 불분명하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비롯한 북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생존시 북한은 2012년 잔치를 준비하면서 무리한 많은 정책을 추진했다”면서 “새 북한 지도부가 올 한 해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북한은 4·15 행사 준비를 위해 엄청난 재원을 퍼부었다. 북한이 1988년 서울올림픽에 자극받아 이듬해 평양에서 개최한 ‘세계 청년학생 평화축전’과 여러 면에서 유사하다. 북한은 당시 능라도 5·1 경기장, 평양국제영화회관, 동평양대극장 등 전시성 선전물 건축에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1990년대 경제위기가 시작됐다.
이번 역시 북한 당국이 감당 못할 엄청난 재원을 비생산적 소비 분야에 지출하는 것으로 90년대 경제위기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새 지도부가 안착하기도 전에 흔들릴 수도 있다. 때문에 새 지도부가 내부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전쟁설을 유포하는 등 의도적으로 한반도 긴장을 조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