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권력지형 변화-G2의 동북아 패권] “우리도 있다”… 틈새 노리는 일·러

입력 2011-12-30 21:24

러시아와 일본도 새해 미국과 중국 간 동북아에서 벌일 지정학적 헤게모니 다툼을 그냥 보고만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G2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자국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각자도생을 도모할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3월 대선에서 3선에 성공한다면 옛 소련의 부활을 꿈꿔온 그가 그간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동북아 지역에서도 활발하게 입지를 다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는 유럽지역에서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체제와 유럽연합(EU) 체제에 대항해 유라시아 연합을 결성해왔다. 따라서 동유럽에서의 거침없는 행보가 동북아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가 관심사다.

러시아는 다만 중국과 협력하면서 대미 공동전선을 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초 푸틴 총리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불러 “국제사회가 특정 ‘파워’ 또는 파워 그룹에 의해 지배되는 데 반대한다”거나 “양국이 손을 맞잡고 서로 도우면서 도전을 해결해가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다분히 미국을 겨냥한 것이다.

또 경제분야에서는 중국이 10년 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듯, 지난해 12월 WTO에 가입한 러시아도 풍부한 자원을 무기로 동북아 경제권에서 영향력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속내는 좀 복잡해 보인다. 그간 민주당 정부는 자민당 정권과 달리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등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중국과는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의 여진이 아직 가시지 않은데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미국과도 관계가 소원해졌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앞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낌새는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주일 미군기지 주둔문제로 갈등을 미국과 빚어 온 일본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의사를 밝히면서 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또 지난해 말 차세대 전투기 기종으로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의 록히드마틴사의 F-35로 최종 선정함으로써 미국에 러브콜을 보냈다.

또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지난달 25∼26일 방중 기간에는 중국의 위안화 위상 강화안에 합의하는 등 미국을 견제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민주당 정권이 잦은 총리 교체로 자민당 정권보다 불안하다는 점 때문에 일본의 외줄타기 행보가 외교무대에서 자칫 갈지자 행보로 비춰져 신뢰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일 것이다.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