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권력지형 변화-한반도 기상도] 권력 바뀌는 한·미·중·러, 對北전략도 바뀌나
입력 2011-12-30 18:10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는 올해 모두 권력 교체기다. 우리나라는 12월, 미국은 11월 대선이 있다. 중국에선 10월 당 대회에서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주석 자리를 승계한다. 러시아는 3월이 대선이다. 주변 강대국의 권력 교체는 한반도의 미래와 무관할 수 없다. 여기에다 지난해 12월 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동북아 정세에 메가톤급 변수가 생겼다. 후계자 김정은이 부친 김정일의 유훈을 받들어 북한의 대외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지만 자칫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반도 주변강국들의 외교·군사전략도 일대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권력 교체 시나리오별 한반도 정세 변화 전망을 살펴본다.
◇미국서 정권 교체되면=예전엔 미국서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가 한반도 문제에서 중요한 변수였다. 대북정책에서 민주·공화당의 견해 차이가 작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정권에선 분위기가 달라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강경책을 전적으로 존중하는 입장을 취했다.
오바마는 취임 초반엔 ‘과감한 협상’을 주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데 주안점을 두는 모습이다.
따라서 올 연말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하든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든 북한 김정은 체제의 태도가 급변하지만 않는다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큰 틀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엔 강경론자의 목소리에 힘이 더 실릴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해서 대북 선제공격 등 파격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외교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서 정권 교체되면=오히려 관건은 한국의 정권 교체다. 현 정권에서 한·미 관계는 ‘수십년간 최고 수준’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는 ‘찬사’를 받았다. 미 의회조사국(CSR)은 지난해 10월 보고서에서 “이 대통령 퇴임 뒤 한·미 관계가 그 전처럼 유지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한국서는 대북정책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전성흥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나라당 내부서도 현 정부 외교정책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재집권해도 대북정책은 바뀔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차기 한국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지금보다는 유화적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노무현 정부 식의 ‘자주 외교’를 경계하고 있고, 진보세력의 집권도 우려하는 모습이다. CSR 보고서는 “많은 한국인들이 대통령이 미국에게 지나친 양보를 한다고 느끼고 있으며 미국의 영향력에 관해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강성학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집권 세력에 따라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큰 마찰이 한·미간 빚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권력 교체 영향=중국의 권력 교체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중국은 지도자가 바뀐다고 정책이 대거 바뀌는 시스템이 아니다. 중국과 북한 사이 신뢰 관계를 해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두 나라 친선 관계는 유지될 것이다.
한·중 관계도 중국보다는 우리나라의 외교정책 변화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국은 이명박 정부의 미국 중심적 외교를 내심 못마땅하게 여겨 왔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후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이 대통령의 전화를 거부한 데서도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올해 한·중 관계의 중요 관건은 미·중 관계다. 미국이 지난해 아시아 중심 외교를 선언함에 따라 미·중간 갈등이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더 크게 불거질 수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에 동맹국으로서 더 큰 역할을 기대할 것이다. 일본이 잦은 정권 교체로 예전과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있다.
전성흥 교수는 “올해 미·중간 관계를 낙관하기 힘들다. 우리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재집권하면=러시아 3월 대선에선 이변이 없는 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푸틴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에 비해 북한을 더 잘 이해하고, 북한 정권과 사이도 더 좋다. 우리 정부로서는 6자 회담 등에서 다소 불리해질 수 있다.
고상두 연세대 지역학 협동과정 교수는 “푸틴은 처음 집권했을 때인 2000년대 초반 거의 매년 김 국방위원장을 만났다”면서 “미국에 대항하기 위해 북한 편을 들거나 북한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