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한 마리와 인간 눈물·환희의 12년… ‘어느 작은 참새의 일대기’

입력 2011-12-30 18:30


어느 작은 참새의 일대기/클레어 킵스/모멘토

그는 단순한 한 마리의 새라고 생각하기가 점점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는 참새이기 전에 자그마한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닮은 새라는 말은 아니다. 그는 차라리 천상의 새였다.

1940년 7월 1일 독일군 침공을 앞둔 영국 런던. 방공호 공습대피반장인 클레어 킵스 부인은 근무를 끝내고 귀가하던 중 태어난 지 하루 만에 둥지에서 땅에 떨어져 사경을 헤매는 집참새 한 마리를 현관 앞에서 발견한다. 이때부터 참새 한 마리와 인간 사이에 맺어진 12년의 눈물겨운 사연이 시작된다.

킵스 부인의 정성어린 간호를 받고 건강을 회복한 참새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킵스 부인을 보호자로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킵스 부인은 참새에게 클래런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대체 걸핏하면 발랑 누워서 아기나 고양이가 그러하듯, 두 발로 발길질하기를 좋아하는 참새라니! 그는 자주 그런 자세로 누워서, 도대체 그와 함께 살아가는 킵스 부인이 어떤 종류의 새인지 알고 싶어 죽겠다는 듯 지극히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런던 왕립음악원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킵스 부인은 작곡자인 윌리엄 존 킵스와 결혼했으나 자식이 없었기에 클래런스는 양자나 마찬가지였다.

클래런스의 재능은 6개월 뒤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킵스 부인이 그를 어깨에 앉히고 피아노로 데려가 연주할 때 그는 음악의 영향을 받고 흥분한 나머지 고음과 저음을 구사하면서 심지어는 짧은 떤꾸밈음과 돈꾸밈음을 내며 노래를 불렀던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가 두 곡의 노래를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털갈이가 시작되는 첫 주일만 제외하고는 그는 일 년 내내 노래를 불렀으며 성탄절에는 가끔 그가 캐럴을 불러 우리들끼리 자축하기도 했다.”(75쪽)

기적 같은 일은 또 있었다. 킵스 부인 자신이 탄생하던 날, 까치 한 마리가 창문 유리를 세 번 쪼았다는 사실과 함께 말년에 이른 클래런스가 우연히 펼쳐놓은 예배서 앞에서 부리로 가리키는 부분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참새 두 마리가 한 닢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그 가운데 한 마리도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아니하면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다”(‘마태복음’ 10장 29절)

12년을 킵스 부인의 양자로 살다간 참새 한 마리. 킵스 부인은 그의 자그마한 무덤에 이런 비문을 새겼다. ‘사랑을 받았던 유명한 참새 클래런스. 1940년 7월 1일에 태어나 1952년 8월 23일 사망하다.’ 안정효 옮김.

정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