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황제’ 안현수, 러 국적 취득…“일 없으면 한국 안들어올 것”

입력 2011-12-29 19:47

“2014년 소치서 메달 따는 게 목표”

“나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대표 선수로 출전해 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에 빛나는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6) 선수가 마침내 러시아 국적을 취득했다.

러시아 빙상연맹은 29일(이하 현지시간) 자체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을 통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6일자로 올림픽 3관왕인 안 선수의 러시아 국적 취득을 허용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안 선수는 내년 1월에 러시아 여권을 받게 됐다.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면서 안 선수는 이중국적을 금지하는 국내 법률에 따라 한국 국적은 자동으로 상실하게 됐다.

안 선수는 옛 소련 시절 러시아에서 명성을 떨친 고려인 록 가수 ‘빅토르 최’의 이름을 따 러시아 이름을 ‘빅토르 안’으로 정했다. 안 선수는 “마음이 편하다. 내년 1월에 러시아 여권을 받으면 한국 국적 말소 신청서를 내려고 한다”며 “국적을 취득했으니 러시아에서 선수 생활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한국엔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다. 모스크바 인근 노보고르스크 훈련 캠프에 계속 머물며 생활할 거다. 음식도 잘 나오고 괜찮다. 1주일에 세 번 정도씩 러시아어 수업을 받아 선수들 얘기도 웬만큼 알아들을 정도가 됐다”고 전했다.

안 선수는 앞으로 모스크바를 대표하는 선수로 활동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 대표 선수로 국제대회에도 참가할 계획이다. 알렉세이 크라프초프 러시아 빙상연맹 회장은 “안 선수가 내년 1월 27∼29일 체코 도시 믈라다 볼레슬라프에서 열리는 유럽 챔피언전에 러시아 대표팀 선수로 데뷔전을 치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선수는 2006년 동계올림픽 3관왕, 2003∼2007년 세계 선수권대회 5연패의 눈부신 업적을 쌓아 쇼트트랙 황제로 불렸다. 하지만 2006년 올림픽 이후 한국체대-비(非)한체대로 갈라진 파벌 논란에 휩싸였고 올해 초에는 소속팀 성남시청의 빙상팀이 해체되면서 무적선수로 남게 됐다. 그는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6월 러시아로 건너갔고 8월 중순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통해 러시아 귀화 의사를 처음 밝혀 충격을 줬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