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2011년-⑩ 유로존(끝)] 흔들리는 유로화 유럽의 ‘잿빛 미래’

입력 2011-12-29 19:02

“내년 1월 1일이면 소년이 열 살이 된다. 이 소년은 그러나 중병에 걸려 생일 파티를 할 수 없다.”

독일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도로테아 짐스는 최근 독일 일간지 벨트에 기고한 글에서 10주년을 맞는 유로화의 현 상황을 이렇게 비유했다.

유로화는 출범 이후 줄곧 유럽연합(EU) 통합의 상징처럼 여겨졌으며 온통 장밋빛 전망 일색이었다. 그러나 올 들어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붕괴설까지 나오고 있다.

유로화는 지난 1999년 금융 결제수단으로 인정되면서 탄생했지만 각국이 자국 통화를 폐지하고 유로화를 전적으로 도입한 것은 2002년 1월 1일부터다.

당시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은 그리스, 네덜란드, 독일, 룩셈부르크, 벨기에, 스페인,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포르투갈, 프랑스, 핀란드 등 총 12개국으로 출범했다. 유로화는 단일통화로 출범한 지 반년 남짓 만에 달러화 가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등 빠르게 정착했고 2008년 7월에는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달러 대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존은 단일통화가 환거래 비용을 없애고 여행자 편의를 높이는 등 각종 경제적 효과를 낼 것이라며 긍정적 효과를 대대적으로 강조했다. 이런 기대에 힘입어 12개국으로 출범한 유로존은 현재 17개국으로 확대됐다. 2007년 구 공산권 국가로는 처음으로 슬로베니아가 유로화를 채택한 데 이어 몰타, 키프로스,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도 자국 화폐를 버리고 유로존에 합류했다.

그러나 올해 유럽 재정위기를 통해 단일통화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유로화에 대한 인식이 급반전됐다.

출범 이후 유로화 장점만 부각시킨 채 각국간 경제력 불균형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간과한 것이 문제였다.

재정통합과 금융감독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고 이는 각국의 재정 불균형을 더 악화시켰다. 유로존 국가에서는 유로화 도입 후 실질구매력이 크게 감소했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지표상의 물가상승률은 2%대로 유지되고 있는데도 과거 통화를 기억하는 국민들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됐다고 토로한다. 스페인에서 실시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유로화의 이점이 거의 없거나 전무하다는 여론이 70%로 치솟았다.

그러나 유로화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을지언정 현 단계에서 자국 통화로 복귀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유로존 국가는 없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유로화 붕괴는 남유럽 국가 통화들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초래하고 이는 유럽 금융권 전체에 ‘재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