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근무자 좌천시킨 김문수, 비난 들끓자 원대복귀 해프닝
입력 2011-12-30 00:10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전화 목소리를 알아차리지 못한 소방서 119상황실 근무자를 호되게 질책해 다른 곳으로 인사조치시켰다가 이에 대한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복귀시키라고 지시하는 등 좌충우돌하고 있다.
김 지사는 29일 오후 4시 수원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상황실을 방문해 “남양주소방서 119상황실에 근무하다 인사명령으로 포천과 가평소방서로 전보된 오모(51) 소방위와 윤모(35) 소방교를 원대 복귀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이양형 소방재난본부장과 이번 인사조치에 대해 얘기한 뒤 경기북부 담당 소방2본부장에게 6일 만에 인사발령 철회를 지시했다. 김 지사는 30일 오전 남양주소방서를 방문해 두 소방관을 만날 예정이다.
김 지사는 “이들에 대한 인사조치 사실을 몰랐다”면서 “문책성으로 비춰지는 이번 인사조치가 과잉·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기도는 김 지사가 소방서 상황실에 전화한 것이 ‘119의 기능’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강변하는 등 파문을 차단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경기도청과 소방재난본부에는 소방관들에 대한 인사조치가 김 지사를 몰라본 것에 대한 일종의 ‘괘씸죄’라는 네티즌들의 항의가 폭주해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비난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자 김 지사가 직접 나선 것이다.
김 지사는 지난 19일 낮 12시30분쯤 남양주소방서 상황실에 전화해 “중형 구급차를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물었으나 근무자 2명 모두 장난전화로 오인해 전화를 끊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자신을 “도지사”라고 9차례 신분을 밝혔으나 근무자들이 응대하지 않았다고 관계자들을 질책했고, 도지사 지휘를 받는 소방본부는 결국 소방관들에 대해 23일자로 문책성 인사를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는 김 지사의 전화음성과 정봉주 전 의원의 ‘나는 꼼수다’ 발언을 합성한 1분가량의 음성파일이 올라오는 등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정 전 의원이 한 일간지 기자에게 적나라하게 퍼붓는 욕설이 마치 김 도지사에게 하는 것처럼 들린다.
김 지사의 이 같은 돌출행동을 비꼬는 패러디가 각 포털 사이트에 쏟아지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소방관 2명의 인사조치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운동이 진행돼 서명자가 4000명을 넘어섰다.
수원=김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