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수위 넘은 학교폭력] 물고문까지 사전 모의해 ‘충격’… 가해학생 2명 영장
입력 2011-12-29 19:01
‘중학생 자살’ 수사 결과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 수성경찰서는 29일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가해자 B, C군 등 2명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상습상해, 상습공갈, 상습강요, 상습협박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가해자들이 나이 어린 학생이지만 범행기간이 길고 행위가 심각한데다 피해자 A군의 ‘자살’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고, 일부 행위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A군의 유서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B, C군과 함께 수시로 A군의 집에 드나들면서 A군에 대해 7차례 폭행, 갈취, 강요를 한 혐의로 또 다른 동급생 D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 외에 A군의 집에 수시로 드나든 것으로 알려진 학생 4명 가운데 1명은 아파트 CCTV에 중복 촬영된 것으로 드러났고, 이들 모두가 A군 폭행에 가담한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온 이번 사건은 지난 20일 대구 D중학교 2학년 A군이 자신의 집에서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기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투신, 목숨을 끊으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A군이 남긴 A4 용지 4장 분량의 장문의 유서가 22일 공개되면서 수사가 본격화했고, 친구 2명의 가혹행위 전말이 속속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유서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정도의 가혹행위들이 구체적으로 묘사돼 공분을 샀다.
경찰에 따르면 B, C군은 지난 9월부터 지난 19일까지 A군에게 300여 차례 협박성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자신들의 인터넷 게임 아이템 확보를 위해 온라인 게임을 하도록 강요하면서 33차례나 폭행했다.
이들은 또 A군의 집을 드나들며 음식물을 마음대로 먹고 점퍼와 책 등 82만3000원 상당과 현금 14만5000원을 갈취했다.
이들은 A군이 숨지기 엿새 전인 지난 14일 한 차례 물고문을 한 데 이어 16일에는 1명이 “ㅋㅋ 잘됐네 물에 계속 처넣자”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상대방은 “ㅋㅋ 이번엔 니도 도와라”는 내용의 답장을 보내는 등 물고문 등을 사전 모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군의 유서에 중점적으로 기재된 지난 19일의 행위들은 장난으로 여기기엔 끔찍했다. 피아노 의자에 엎드리게 한 뒤 폭행한 행위, 라디오를 들고 무릎을 꿇게 해 벌을 세운 행위, 칼로 몸을 그으려고 한 행위, 라이터로 팔에 불을 붙이려 한 행위 등이다. ‘라디오 전선으로 목을 묶어 끌고 다니면서 과자부스러기를 주워 먹게 했다’는 부분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일주일 넘게 가해학생 2명을 조사했다. A군의 친구 18명과 유족, 담임교사 등에 대해서도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또 B, C군이 A군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모두 복원하고, A군의 아파트에 설치된 CCTV 화면을 분석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