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NGO 월드비전 박종삼 회장 12월 30일 퇴임… “지원규모 세계 4위 성장 후원자에 감사”

입력 2011-12-29 21:04


후원회원 45만명, 연간 후원금 1500억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NGO 월드비전의 수장(首長)이 바뀐다.

지난 9년간 월드비전 회장으로 세계를 누비며 숨가쁘게 달려온 박종삼(76)회장이 30일로 임기를 마치는 것. 새해부터는 신임 양호승(64)회장이 바통을 이어 받는다. 짐을 정리하던 박 회장을 29일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집무실에서 만났다.

“많은 후원회원들과 직원들의 사랑 속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한국 월드비전 이전 회장님들이 하드웨어를 잘 구축해 놓았다면 저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했다고 할까요. 9년전 7만1000명이던 후원회원, 16개 해외사업장이 현재 후원회원 45만명, 107개 해외사업장이 됐어요. 6배의 사업신장을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박 회장은 한국의 나눔문화가 급성장한 것은 한국인 DNA 속에 이웃을 돌보는 아름다운 마음씨가 있고 우리 역시 어려울 때 도움받았던 것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박 회장은 부임 당시 국내 60%, 해외 40% 비율로 지원액을 정했으나, 사회복지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한국보다는 해외를 지원해야 한다고 결정해 비율을 반대로 변경했다. 현재는 예산 65%가 해외에 배정되고 있다.

“월드비전 후원자들의 대부분이 큰 부자나 기업이 아니라 개미군단입니다. 이들이 모여 전 세계 가난한 아이들을 돕고 있습니다. 월드비전이 들어간 세계 100개국 중 20개가 돕는 나라(후원국)인데 그 중에서도 한국월드비전은 지원규모 세계 4위입니다. 한국은 최초로 수혜국에서 후원국으로 전환되었고 40년 동안 도움을 받던 나라가 불과 20년 만에 4위가 되었다는 것은 가히 기적 중의 기적입니다.”

박 회장은 재임시 많은 프로그램과 행사를 통해 나눔을 호소하고 큰 호응을 얻어냈다. 결혼반지, 아이들의 돌반지를 기부하는 분들, 학생들이 아낀 용돈, 기초생활수급권자인데도 후원에 동참하는 분들 등 하나 하나 소중하고 귀한 사연들이 너무나 많다.

“2009년 딸의 결혼식 축의금 5000만원 전액을 기부한 안태복 후원자가 기억에 남습니다. 혹 마음이 변할까 월드비전 직원들이 직접 결혼식장에 와서 축의금을 가져가도록 했어요. 정애리 친선대사는 국내외 아동 206명을, 김혜자 친선대사는 103명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유명인사들이 모범적으로 나눔에 동참해 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박 회장은 회장직을 끝내며 월드비전 글로벌사회복지연구소를 설립. 계속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할 계획이다. 50년간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한 경험과 전문지식, 기술, 이론 등을 교회, 교육계 그리고 젊은 일꾼들에게 전수하겠다는 포부다. 지금까지 월드비전을 도와왔던 것처럼 다른 NGO들도 계속 돕겠다는 것이다.

“저는 이웃을 돕는 사회복지일이 좋아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는데 월드비전에서 일한 지난 9년이 가장 화려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목사로서 복음을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월드비전만큼 내 비전을 100% 쏟을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정기적으로 45만명의 후원자가 내 감사편지를 읽어주었습니다.”

박 회장은 월드비전 회장직을 오랫동안 맡아 큰 부담도 됐고 능력부족도 많이 느껴왔기에 내려놓게 된 것이 홀가분하다고 했다. 그래도 성공적으로 임무를 마쳤다는 것과 이제는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좋다고 활짝 웃었다.

“그동안 한국교회 많은 목사님들 성도님들께서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고 후원해주신 것에 국민일보를 통해 꼭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계속 월드비전을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

언제봐도 후덕한 인상에 호탕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 박종삼 회장. 치과의사로. 목사로, 사회사업가로 왕성하게 활동해 온 그가 이제 또 어떤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지 기대된다.

김무정 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