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생존시 男 5명중 2명, 女 3명중 1명 암 걸린다… 2009년 국가 암 등록 통계 분석
입력 2011-12-29 18:38
우리나라가 암 환자 수 80만명 시대에 들어섰다. 새로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을 포함, 암과 싸우고 있는 암 환자(암유병자) 수가 2009년 말 현재 80만8503명으로 집계됐다. 암 진단 후 5년 생존자 기준으로 2003년의 30만9673명과 비교해 무려 50만명이 늘어난 숫자다.
보건복지부는 이 추세라면 우리나라에서 암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암유병자 수가 향후 3∼4년 내 100만명에 이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암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관리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복지부와 국립암센터 국가암등록본부가 29일 발표한 ‘2009년 국가암등록통계’에서 드러난 한국인 암 발생의 현주소를 들여다보자.
◇5대 암이 전체 암 발생의 70% 차지=통계 분석결과 위암 간암 대장암 폐암 외에 남자의 경우 전립선암, 여자는 내분비암(유방암과 갑상선암) 등 5대 암이 전체 암 발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녀를 합해 2009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발생한 암은 갑상선암이었으며 이어 위암 대장암 폐암 간암 유방암 전립선암 순서였다.
2009년 신규 암 진단 환자는 총 19만2561명이었다. 갑상선암은 이 중 3만1977명으로 16.6%의 분포를 보였다. 2위에 오른 위암 환자 15.4%(2만9727명)보다 1.2% 포인트 높은 비율이다.
연평균 암 발생 증가율은 3.4%인 것으로 조사됐다. 남자(1.6%)에 비해 여자(5.5%)가 더 가파른 것으로 분석됐다. 남자의 경우 폐암 간암이 점차 감소하는 반면 대장암과 전립선암 갑상선암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여성의 경우엔 갑상선암 유방암 대장암 등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간암과 자궁경부암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인구 증가와 식생활 서구화 영향 커=국내 암 발생 환자 수가 이렇듯 급증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서구형 식생활 등 생활습관 변화가 주 원인으로 꼽혔다. 최근 들어 남녀 모두 급증하는 대장암이 대표적인 예다. 대장암은 여성에서도 2009년 처음으로 위암을 앞질렀다. 대장암은 서구식의 고지방·저섬유 식이습관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는 암이다.
암 진단 및 치료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고, 노인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암 발생 증가의 큰 원인이다. 국립암센터는 2009년에 암 발생률 상승을 주도한 갑상선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의 경우 무엇보다 초음파를 이용한 암 조기진단 기술의 영향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초기 암을 선별하는 진단기술 발전으로 과거엔 놓칠 수도 있었던 암들까지 샅샅이 발견하게 됐다는 것.
노인인구 증가는 역설적으로 암에 걸릴 인구집단을 키우기도 한다. 수명이 짧을 때는 암에 걸릴 새도 없었던 사람이 평균수명 연장으로 암에 노출될 위험기간이 길어진 탓이다. 실제 이번 조사결과 평균수명이 78∼79세에 머무른 2000년대 초만 해도 약 25%였던 평생 암 발생 확률은 평균수명이 81세에 이른 2009년 현재 기대수명을 다 채울 경우 36.2%로 높아지게 된 것으로 추정됐다.
◇암 환자의 5년 생존율 62%로 증가=그래도 희망이 있는 것은 암에 대한 완치율이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사결과 2005∼2009년 발견된 국내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이하 생존율)이 62%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암에 걸려도 10명 중 6명 이상이 5년 이상 생존하게 된 셈. 이는 1993∼1995년의 41.2%보다 20.8% 포인트, 1996∼2000년의 44%보다 18% 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암종별로는 남녀 전체에서 평균치 이상의 5년 생존율을 보인 건 갑상선암(99.7%) 유방암(90.6%) 대장암(71.3%) 위암(65.3%)이다. 반면 췌장암(8.0%) 폐암(19.0%) 간암(25.1%) 등은 아직도 암 극복을 위해 의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5년 상대생존율은 암 환자가 암 이외의 원인(교통사고, 심뇌혈관 질환 등)으로 사망할 가능성을 보정해 추정한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을 말한다.
주목할 것은 우리나라에서 흔한 위암 간암 자궁경부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다는 점. 대표적인 서구 암으로 꼽히는 대장암과 유방암의 5년 생존율 역시 미국 캐나다 등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 환자 100만명 시대 눈앞…대책 필요=2009년 말 현재 국내에서 암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등 암유병자 80만8503명 가운데 남자는 37만1001명, 여자는 43만750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암유병자는 특히 65세 이상 연령군에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65세 이상 남자 노인은 12명당 1명, 여자 노인은 23명당 1명이 암에 걸려 투병 중이거나 암에 걸려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65세 이상 노인 전체의 암 유병률은 6%로 17명당 1명꼴이었다.
복지부는 “암유병자 수가 많아진다는 것은 조기발견을 통해 치명적인 암을 극복하고 암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의미”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암의 조기진단 및 치료는 물론 암 예방을 위한 암 관리사업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은 “영양이나 소독 등의 관리가 계속 필요한 암 환자가 많다”며 “앞으로 간호사가 암 환자를 직접 방문해 관리하는 ‘재가 암 관리 사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