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철휘 (25·끝) 전역 후의 소명 ‘십자가 리더십’ 간증에 감사

입력 2011-12-29 18:21


전역 후 가끔 전국 여러 교회의 요청으로 간증을 하는 경우가 있다. 누가복음 17장에 나오는 나병 환자 중에서 병 고침을 받자마자 딴 곳으로 달려가지 않고 예수님께로 나와서 진심으로 감사하는 사마리아인의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내세울 것 하나 없던 시골 소년을 육군 대장으로 세워 주시고 눈동자처럼 지켜주신 은혜와 ‘십자가 리더십’을 갖도록 지혜를 주심을 감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간증 후에 교회에서 주시는 사례비를 받는 것이 못내 쑥스러웠다. 대부분 사양해 보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이 잘 서지 않았다. 이 문제로 소강석 담임목사님께 의논드렸더니 사례비를 모아서 의미 있는 일에 유용하게 쓰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나는 이 사례비를 모아서 군종목사님들을 격려하기로 하고 서울 광현교회 간증 때부터 처음 사례비를 모으기 시작했다. 나는 군 출신에 장로이기도 하고 26대 한국기독군인연합회(KMCF) 회장도 했으므로 큰 오해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군인교회를 위한 헌금과 격려는 가끔 있지만 군목 개인을 위한 격려는 그리 많지 않은 것을 오랜 군 생활 동안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가 모은 돈의 액수는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았다. 취지를 이해하신 광현교회 김창근 목사님과 독지가 한 분이 일부를 보태 주시고 모자라는 돈은 소강석 목사님이 지원해 주셨다. 나는 이번 크리스마스에 군종목사님들이 가족과 함께 짜장면이라도 먹으면서 힘을 내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함께 보냈다. 군 선교의 전장에서 창끝 역할을 하는 목사님들에게 용기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일부 목사님들은 ‘보이스 피싱’으로 오해하고 전화를 끊기도 했다. 제한된 예산으로 군인교회에서 봉사하시는 민간 목사님들을 모두 포함시키지 못한 것이 못내 가슴 아프다.

이제 한 해가 또 저물어 간다. 나로서는 민간인이 되어 처음 맞는 송구영신이기도 하다. 나는 아직까지 이제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다는 기도를 드려 본 적이 없다. 기도는 내게 무엇을 달라고, 내가 무엇이 되게 해달라고 매달리는 것보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명령과 사명을 받는 것이 더 성숙한 모습일 것 같아서이다.

그동안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니 모든 것이 다 감사한 일 뿐이었다.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날마다 숨쉬는 순간마다 행복 그 자체였다. 고비고비 내딛는 발걸음마다 희망에 가득 찼었다. 이 어찌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런가! 이제 겸손의 옷깃을 다시 여미고 또 다시 걸어가야 할 내 인생의 후반전, 내게 가장 적중한 길을 예비해 놓으시고 함께 가자 부르시는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기 위하여, 이 시간 내가 드리는 새해의 기도 제목은 또 다시 감사, 행복, 희망이다.

“하나님, 부족한 저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딸 부부와 귀여운 손자손녀들이 건강하게 지내게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새해에는 또 한 명의 손자를 더 주시어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게 하시니 참 감사합니다. 하나님, 스스로 분수를 알게 하셔서 분수에 넘지 않는 일을 하니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교회와 열정적인 목사님과 은혜로운 성도들을 만나게 해주시니 정말 행복합니다. 이제껏 오직 한 길 하나님만 바라보고 살려 했으니, 앞으로도 하나님께만 희망을 두렵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더욱 힘써 일하고 더욱 힘써 기도함으로 내 이웃에게 희망을 전하는 긍정의 나침반이 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