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분풀이 정치로는 민심 얻을 수 없다

입력 2011-12-29 22:08

민주통합당(약칭 민주당) 당권에 도전장을 낸 문성근 후보가 “BBK 사건, 4대강 사업, 도곡동 땅 의혹까지 다 뒤져 이명박 대통령이 관계된 게 사실로 확인되면 반드시 임기 내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시민회관에서 그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첫 합동연설회에서다. 문 후보는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에 청와대와 이 대통령이 개입된 게 분명하다면 탄핵 사안”이라고도 했다. 탄핵 사유가 발견되면 탄핵해야 한다는 너무나 지당한 발언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나라당에 의해 탄핵당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앙갚음을 해야겠다는 강한 복수심이 배어 있다는 것이 문제다.

정권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은 야당의 책무다. 그래서 야당이 현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대부분 용인된다. 하지만 대표적인 친노 인사인 문 후보의 발언은 지나치다. 당원들이나 시민선거인단 표를 조금이라도 더 얻으려 ‘탄핵’을 거론했을지 몰라도, 본인이나 민주당에 득 될 게 전혀 없다. 정당을 새로 만들고, 정치권에 뛰어든 목적이 분풀이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의 실정(失政)으로 한때 ‘폐족’으로 몰렸던 친노세력이 민주당을 통해 부활한 기저에는 아이러니하게 이명박 정부의 실정이 있다. 일부 친노 인사들은 ‘이 참에 노 전 대통령을 자살하게 만든 현 정부에 본때를 보여주자’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복의 정치’는 대다수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정치와 배치된다.

친노세력이 다시 착근하려면 기본적으로 현 정부를 욕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앞으로 이 나라를 이렇게 이끌어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국민 마음을 잡아야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모욕적인 언사로 상대의 가슴을 후벼 판 친노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그것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 열린우리당 간판을 내려야 했던 자신들의 과오도 직시해야 한다. 지금도 일부 유권자들은 민주당을 ‘도로 열린우리당’이라고 부르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문 후보를 비롯해 친노세력은 겸손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