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사단’ 핵심 크렘린궁서 축출… 러 ‘성난 민심 어르기’

입력 2011-12-28 19:17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푸틴 총리의 최측근인 블라디슬라프 수르코프 대통령 행정실 제1부실장을 부총리에 임명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부총리 임명은 사실상 그를 권좌의 핵심에서 몰아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르코프 신임 부총리는 ‘푸틴 사단’의 핵심 인물로 크렘린 궁의 ‘꼭두각시 조종자’로 불릴 만큼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 일각에서는 ‘수르코프의 정책이 곧 푸틴의 정책’으로 인식됐다. 그는 1999년부터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을 맡았으며 2008년 제1부실장이 됐다.

후임 제1 부실장에는 그의 가장 강력한 정적인 뱌체슬라프 볼로딘 부총리가 임명됐다. 수르코프 부총리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에 대한 인사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러시아 국민들의 반정부 시위에 대한 무마책의 일종이며 푸틴의 권위주의적 통치에 미세한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정치전문가들은 진단했다. “푸틴이 성난 민심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수르코프의 퇴장이 거대한 정치적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는 단지 푸틴 사단의 핵심 참모 1명이 바뀐 것에 불과하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검은 넥타이를 즐겨 매고 가끔 수염을 깎지 않는 수르코프는 권력 투쟁의 격랑 속에서는 살아남았지만 분노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한 푸틴의 필요에 의해 결국 희생된 셈이다.

정진영 기자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