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 매독 전파는 사실”… 美연구진 유럽인 유골 분석
입력 2011-12-28 19:17
1492년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일행이 매독을 유럽지역으로 옮겼을 것이라는 가설이 연구결과 사실로 확인됐다고 라이브사이언스닷컴이 27일 보도했다.
미국 에머리대학과 미시시피 주립 대학 연구진은 ‘매독 신대륙 도래설’의 반박 자료로 제시됐던 1492년 이전의 유럽인 유골 50구에 관한 자료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매독 증상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형질인류학 연감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여러 문헌 연구와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콜럼버스 일행이 매독 전파의 주범임을 입증해 왔지만 이번엔 문제의 유골들에 관한 자료를 더욱 면밀히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유골이 만성 매독의 표준적인 진단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테면 두개골 우식증이나 긴뼈의 우식 및 붓기 같은 증상이 단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또 해안지대 주민들에게서 매독의 기준에 부합하는 16건의 사례가 확인됐지만 이들은 생전에 많은 해산물을 먹은 탓에 유골의 탄소방사선 연대가 실제보다 몇 백 년, 심지어 몇 천 년이나 오래 전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즉, 1492년 이전의 매독 사례는 없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1492년엔 유럽에서 새로 들어온 여러 종류의 질병 때문에 아메리카 원주민이 절멸 상태가 됐고 반대로 아메리카의 질병이 유럽으로 건너갔다. 이는 질병의 세계화가 현대의 것만이 아님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신대륙 기원설을 믿지 않는 학자들은 콜럼버스의 선원들이 신대륙에서 돌아오기 전부터 유럽에도 매독이 있었지만 1500년까지는 한센병처럼 살이 썩어 들어가는 다른 병과 구별이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