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 사모의 땅끝 일기] 가장 멋진 송년 선물
입력 2011-12-28 19:14
“따르릉∼∼”
“여보세요. 김천이요? 우리 경수와 원길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저에게는 유난히 아픈 손가락이 있습니다. 때론 이 손가락이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고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아파서, 마음마저 파랗게 멍들게 만드는 아픔입니다.
벌써 5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순간의 실수로 영어의 몸이 되어 함께 누려야 할 모든 것들을 뒤로한 채 우리의 세상이 아닌 저들만의 세상에서 죗값을 치르고 있는 두 명의 아들 경수와 원길이...
수감 아이들 감동의 콘서트
죽을 것만 같았던 막막한 시간들, 그리고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후회의 시간들. 한 달이면 몇 통씩 날아오는 아이들의 편지는 시간이 흐르면서 견딜만하고 미안하고 모두에게 죄송스러운 사죄의 내용으로 절절히 채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김천교도소에 수감중인 경수와 원길이가 합창단의 일원으로 김천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을 한다며 부모님을 대신해 저와 남편이 멀어도 꼭 와주었으면 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SBS방송이 스페셜 프로그램에서 가수 이승철씨와 함께 김천소년교도소에 수감중인 청소년 합창단을 만들어 비록 몸은 갇혀 있지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주기위해 열심히 연습했고, 드디어 사랑하는 가족들 앞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벌써 제 눈에는 두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거려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은 어느새 아이들이 있는 김천으로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두 달에 한번 정도로 면회를 가곤 하는데 면회를 갈 때마다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다짐을 합니다.
‘요번에는 울면 절대 안돼... 아이들이 돌아서 면회실을 나갈 때까지 절대로 울지 말고 웃으면서 보내는 거야‘
이렇게 스스로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다짐을 하지만 8시간을 달려 10여분 만나는 아이들과의 유리창 너머 만남은 할 이야기가 많지는 않지만 몇 마디만 건네면 벌써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게 합니다. 며칠을 마음이 들떠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아이들을 만나는 날이 되었습니다. 새벽부터 서둘러 집을 나섰습니다. 함께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서운한지 저마다 두 오빠와 형에게 격려의 말을 남기고, 아쉬워하는 동생들의 마음까지 챙겨서 우리부부는 막내 에스더만 데리고 김천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시간 내내 차 속에서 우리부부는 지난 시간 아이들과 보낸 어렵고 힘든 시간을 서로가 말없이 세월 저 너머로 보내고 이젠 두 아이가 형기를 잘 마치고 나와 주님 안에서 새로운 시간, 주님이 함께 하시는 시간을 보내길 소망하며 기도드렸습니다.
가슴 졸이며 도착한 김천문화예술회관은 벌써 가족들의 사랑의 응원 소리가 홀을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고 이어서 검은 연미복을 차려 입은 아이들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중에 유난히 눈에 들어오는 우리 두 아들 경수와 원길이... 그리고 마음을 다해 부르는 아이들의 노래...
노래를 부르다가 앞에 있는 저와 눈이 마주친 원길이는 결국 노래를 부르다가 눈물을 흘리고 맙니다. 그 눈물은 너무나 많은 의미가 있었지만 슬픔과 아쉬움, 후회보다는 감사의 눈물이었음을 모두가 느끼고 있었습니다.
힘써 준 모든 분들께 감사, 또 감사
짧은 재회가 끝나고 그리도 울지 않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했건만 눈물로 아이들을 껴안고 또 껴안고 보내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은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아마 우리 아이들도 저희와 같은 마음 일거라고 느꼈습니다.
아이들을 이렇게 밝게 노래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지도해 주신 가수 이승철씨 너무나 감사하고 김천교도소 모든 분들께도 너무나 감사하고 또 용기를 내어 합창단에 지원한 우리 두 아들도 너무 너무 너무 감사하고 SBS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하고 모든 것이 감사뿐 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요번 크리스마스에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성탄선물을 받은 감사가 넘치고 넘치는 엄마 김혜원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