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얼어붙은 ‘금강산’ 봄 오나” 기대… 현정은 회장 조문방북때 깍듯한 김정은 ‘좋은 예감’

입력 2011-12-28 22:04

방북 조문을 하고 돌아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8일 오전 직접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신년 연하장을 보냈다. 현 회장은 양초가 켜진 은은한 밑그림의 이메일에서 “감사합니다-우리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셔서…. 공감합니다-진실이 담긴 여러분의 글에…. 약속합니다-여러분께 좀 더 다가서겠다고…. 기원합니다-다가오는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이라

고 적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꽉 막힌 대북사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동안 현대그룹의 사정을 보도해 온 언론에 고마움을 전하면서 새해에는 소통에 더욱 힘쓰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 회장과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 등은 27일 김정은 북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온 뒤 김 부위원장과 별도 면담은 없었으며 순수 조문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 안팎에서는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고 있다.

특히 조선중앙TV를 통해 김 부위원장이 두 손으로 현 회장의 손을 감싸 쥐는 모습과 20초가량 대화를 나누는 등 김 부위원장이 현 회장을 깍듯하게 예우하는 모습이 비쳐졌다. 현 회장은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권력서열 2위인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도 별도 면담을 했다. 따라서 이번 방북은 현대에게 단순한 조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이 많다.

우선 대북사업을 하면서 쌓인 북한과 현대와의 신뢰 관계가 ‘포스트 김정일’ 시대에도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 측면이 크다.

1998년 6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 이후 고 정몽헌 회장과 부인인 현 회장에 이르기까지 현대는 10여년 동안 남북협력 사업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사업은 3년6개월간 중단됐다. 이로 인해 현대아산은 대북사업 적자가 5000억원에 이르는 등 기로에 놓였다. 달러가 부족한 북한으로서도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가 절박한 상황이다. 2009년 8월 현 회장이 방북했을 때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약속했었다.

지난해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됐지만 최근 들어 우리 정부의 대북 전략에 유연한 변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도 현대로선 고무적이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