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온, 구조 끝내고 남극 기지로… 얼음 깨며 길 열어 스파르타호 자매 어선에 인계

입력 2011-12-28 22:08


“굿바이 스파르타∼” 아라온호가 남극해에서 조난당한 러시아어선 스파르타호 구조작업을 28일 무사히 마쳤다. 아라온호는 이날 밤 늦게 뱃머리를 다시 돌려 장보고기지가 들어설 남극 테라노바 만으로 향했다.

◇임무 완수=28일 저녁 10시(이하 현지시간), 남위 73도21분. 유빙이 없는 안전한 해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스파르타호의 자매어선 ‘치요-마루3’호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 배에 스파르타호를 인계하면서 사흘간 진행된 아라온호의 구조작업은 완전히 종료됐다.

앞서 아라온호는 이날 오전 9시 사고해역을 출발했다. 아라온호가 얼음을 깨며 물길을 열었고, 스파르타호가 뒤를 따랐다. 유빙으로 가득한 남위 74도15분 지역에서 다소 시간이 지체됐지만 그 밖의 구간에선 7∼8노트(약 12∼14㎞/h) 속도로 순조로운 항해가 이어졌다. 작별의 시간, 스파르타호 선장 알렉 발로시는 무전을 통해 “매우 고마웠다. 선장 이하 모든 승조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출발 직전 아라온호 승조원들과 남극 제2기지(장보고 기지) 건설 준비작업을 하기 위해 승선해 있던 현대건설 관계자들이 스파르타호로 건너가 전날 작업했던 시멘트 구조물의 상태를 살폈다. 현대건설 박재수 전무는 “기온이 영하권인 탓에 시멘트가 약간 덜 굳었지만 철판 용접 작업을 완벽하게 했기 때문에 출발해도 괜찮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스파르타호가 뉴질랜드 방면으로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아라온호는 방향을 돌려 장보고기지 건설예정지인 남극 테라노바 만으로 출발했다. 아라온호는 새해 첫날부터 기지 건설을 위한 사전 조사 활동과 남극 연구활동을 지원하게 된다.

◇구조 의의=아라온호가 2009년 11월 취역 이후 인명구조활동을 펼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통 선박으로는 접근조차 어려운 유빙지역에서 성공적인 구조를 마쳐 쇄빙선을 보유한 과학 선진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도움을 받은 어선의 국적이 러시아라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러시아는 구소련 시절부터 남극 기지 건설에 적극적이었다. 장보고 기지가 들어선 이후 남극 내 러시아 기지들과의 유대를 돈독히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특히 러시아는 북극해 일대에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차후 우리 북극 기지인 ‘다산기지’를 운영하는 데도 러시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라온호에 전화를 걸어 “어려운 여건에서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인명을 구조해 구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한 아주 잘 된 일”이라며 “지난번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통화에서 매우 고맙다고 했다”고 말했다고 김예동 남극내륙기지사업단장이 전했다.

아라온호(남극해)=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