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가볼만한 해돋이·해넘이 명소] 남해안·서해안·내륙권

입력 2011-12-28 18:50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신묘년이 토끼 꼬리보다 짧게 남았다. 그리고 임진년의 새해가 수평선 아래서 화려한 해돋이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새해 첫날에 섬을 제외한 육지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은 울산 간절곶으로 오전 7시32분. 반면에 2011년의 마지막 해는 충남 태안에서 오후 5시27분, 전북 부안에서는 오후 5시28분에 볼 수 있다. 수평선에서 뜨고 지는 해는 섬이나 낙락장송 등 주변 풍경과 함께 어우러져야 더욱 아름답다. 연말연시를 맞아 해돋이와 해넘이가 아름다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한 편의 시… 한 폭의 그림… 눈이 시리도록 황홀

◎ 남해안

한려수도와 다도해의 수천개 섬을 품고 있는 남해안은 해돋이와 해넘이를 한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포인트가 많다. 섬 사이로 뜨는 해가 한 편의 시라면 섬 사이로 지는 해는 한 폭의 그림이다. 남해안에서 수평선과 맞닿은 해를 만나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되는 이유다.

경남 거제시는 거제도와 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 준공으로 해맞이 명소가 하나 늘었다. 거제도쪽 다리 끝에 위치한 전망대 데크가 포인트. 거제 해금강의 사자바위 사이로 뜨는 해와 해금강 입구의 신선대에서 맞는 해넘이, 여차몽돌해변과 학동몽돌해변의 해돋이, 그리고 대소병대도를 배경으로 한 여차홍포 전망도로에서의 해돋이와 해넘이가 감동적이다.

예술의 도시 통영시에서는 해돋이와 해넘이도 예술적이다. 달아공원은 해돋이와 해넘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고, 클럽ES통영리조트가 위치한 통영수산과학관은 해맞이 명소로 이름 높다.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오르면 한산도를 비롯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통영시는 해맞이 관광객을 위해 미륵산 케이블카를 새해 첫날만 오전 6시부터 운행한다.

실안낙조로 유명한 사천시와 창선삼천포대교로 연결된 남해군은 비교적 해안선이 단조로워 해돋이 명소는 동쪽에, 해넘이 명소는 서쪽에 위치한다. 물건리의 방조어부림과 금산 보리암, 그리고 가천 다랭이마을은 대표적인 해맞이 명소. 반면에 여수반도를 마주한 남면과 서면의 해안도로는 곳곳이 해넘이 포인트.

새해 5월 12일부터 세 달 동안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는 전남 여수는 자산공원에서 내려다보는 오동도의 해돋이가 달력그림처럼 아름답다.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의 향일암은 동백나무와 금오산 주변의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해가 장관이다. 돌산도의 서쪽 해안도로와 순천만을 이웃한 해안도로는 해넘이를 감상하는 포인트. 특히 여자만의 광암마을은 여자만에 점점이 떠있는 어선과 검은 실루엣의 여자도, 그리고 해무로 흐릿한 고흥반도의 팔영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시시각각 펼쳐지는 낙조가 변화무쌍하다.

이밖에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이 위치한 순천시, 녹차밭과 꼬막으로 유명한 보성군, 외나로도 우주센터가 위치한 고흥군에 해돋이와 해넘이 명소가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정남진으로 유명한 장흥에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 촬영지인 남포마을 소등섬과 관산읍 정남진전망대에서의 해맞이를 추천할 만하다. 장흥군은 새해 첫날에 정남진전망대에서 콘서트와 불새 항공비행 등 다채로운 해맞이 행사를 개최한다.

한반도 최남단인 해남의 땅끝마을은 해돋이와 해넘이, 완도의 화흥포항과 진도의 녹진전망대 및 세방낙조휴게소는 해넘이가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름답다. 진도의 남망산 정상에서 맞는 해돋이도 놓치기 아깝다. 제주도는 용눈이오름을 비롯한 368개의 오름에서 맞는 해돋이와 해넘이가 특별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성산 일출봉과 우도등대, 그리고 형제섬은 해돋이 명소로 이름났고. 차귀도는 해넘이가 아름다운 섬 속의 섬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 서해안

서해안의 해넘이는 애틋한 사랑을 그린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애잔하다. 물 빠진 갯벌이 깨진 거울조각처럼 반짝이다 빛을 잃어갈 즈음 한반도를 종단한 해는 동백꽃이 뚝뚝 떨어지듯 수평선 속으로 가라앉는다. 이어 펼쳐지는 황홀한 빛의 잔치는 기다림의 미덕을 가진 사람들만 볼 수 있는 서해안의 선물.

서해안 최고의 해넘이 포인트는 1004개의 유인도와 무인도로 이루어진 전남 신안군. 홍도, 흑산도, 비금도, 자은도 등 섬 곳곳에서 해넘이를 감상할 수 있다. 그중 연륙교와 연도교로 연결돼 육지나 다름없는 증도는 모실길을 따라 낙조가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무안의 요강섬과 조금나루유원지, 함평의 돌머리해수욕장, 영광의 백수해안도로 등도 전남 서해안을 대표하는 해넘이 명소.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는 오랜 세월 퇴적한 절벽이 책을 쌓아놓은 듯 독특하게 생긴 채석강을 배경으로 한 석양이 손꼽힌다. 보다 강렬한 해넘이를 감상하고 싶다면 격포해변을 찾아야 한다. 변산면 도청리의 솔섬은 서해안 3대 낙조 명소.

부안에서 군산까지 이어지는 33.9㎞ 길이의 새만금방조제는 비안도와 고군산군도를 배경으로 지는 해가 낭만적이다. 고군산군도 너머로 지는 해를 한눈에 보려면 신시도의 199봉, 월영봉, 대각산전망대 등을 올라야 한다. 새만금방조제 안쪽에 위치한 김제시의 망해사와 심포항에서 보는 해넘이도 여운이 짙다.

충남 서천의 마량포는 당진의 왜목마을과 함께 서해안에서 해돋이와 해넘이를 한 곳에서 감상하는 특이한 곳. 남쪽으로 한껏 기운 해가 비인만에서 솟아 서해의 연도 방향으로 넘어간다. 마량 동백숲 아래에 위치한 도둔방조제는 오력도의 낙조를 감상하는 포인트.

태안반도의 안면도 꽃지해변은 슬픈 사랑의 전설을 간직한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 사이로 지는 낙조가 서럽도록 아름다워 연중 사진작가들이 몰려든다. 신진도의 전망대와 학암포해수욕장에서 맞는 낙조도 황홀하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의 낙조는 화성8경에 이름을 올린 절경. 특히 궁평해수욕장은 수령 100년을 자랑하는 해송 5000여 그루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하루에 두 번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제부도는 매바위와 어우러진 해넘이가 장관이다. 서해안의 지도를 바꾼 서신반도와 우정반도를 잇는 4차선 화옹방조제, 요트대회로 유명한 전곡항, 탄도만의 누에섬은 수도권 주민들이 많이 찾는 해넘이 포인트.

인천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인천대교는 송도국제도시와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를 연결하는 18.38㎞ 길이의 교량으로 세계에서 6번째로 길다. 인천대교를 배경으로 한 낙조는 연안부두 수협공판장 앞과 월미도해변이 좋다.

◎ 내륙권

설산에서 맞는 해돋이와 해넘이도 바다 못지않게 장엄하고 애잔하다. 비록 새벽에 산을 오르고 저녁에 하산하는 수고가 따르지만 주목나무에 눈꽃과 상고대가 피고 산봉우리 사이로 운해라도 깔리면 시시각각 변하는 해돋이와 해넘이의 조화가 선경을 연출한다.

강원도 태백시의 태백산은 굽이치는 능선에서 마주하는 장엄한 해돋이와 동틀 무렵 장관을 이루는 눈꽃과 상고대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유일사에서 태백산 정상까지 3시간 남짓으로 능선이 부드러워 겨울철 트레킹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전북 무주군의 덕유산은 설원으로 변한 향적봉에서 맞는 해돋이와 해넘이가 인상적이다. 무주덕유산리조트는 정상에서 새해 해돋이를 맞도록 관광곤돌라를 1일 새벽 6시부터 운행한다. 곤돌라를 타고 15분 만에 설천봉에 올라 20분쯤 걸으면 상고대가 멋스런 향적봉에 서게 된다.

지리산 노고단도 해돋이와 해넘이가 감동적인 곳으로 전남 구례에서 성삼재까지 자동차로 이동한 후 30분 정도만 걸으면 노고단 정상이다.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산 연봉에 운해가 깔리고 그 운해를 뚫고 솟아오르는 해가 가슴 벅차다.

글·사진=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