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김정은 시대 개막] 한·미, 한반도 새판짜기 급물살

입력 2011-12-28 19:08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 이후 한반도 안보정세를 관리하려는 한국과 미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28일 영결식에 이어 29일 대규모 추모행사가 마무리되면 북한은 실질적으로 ‘포스트 김정일’ 시대가 시작된다. 한·미도 김정은 체제의 한반도 안보상황을 관리할 ‘새판짜기’ 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주 중국 베이징에 이어 28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

임 본부장은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등 한반도 관련 당국자들을 잇따라 면담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이후 열흘도 채 안 돼 중국과 미국을 차례로 방문하는 빠른 발걸음이다. 미·중 두 강대국을 상대로 공조와 협력의 끈을 다져놓으려는 ‘연미화중(聯美和中)’ 또는 ‘미·중 양날개’ 전략으로 읽힌다. 임 본부장은 이어 다음 달 초 적절한 시점에 러시아나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이어 다음 달 16일쯤에는 임 본부장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참여하는 3국 고위급 회담이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미는 일단 북한의 체제 전환이 불안정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강력한 ‘안정적인 체제 전환’ 메시지가 북한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미는 북·미 대화가 내년 초에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임 본부장은 미 국무부 당국자들과 만나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중순 미국이 식량지원을 하고 북한이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잠정 중단하기로 사실상 합의한 기조가 북한 새 지도부에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북·미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3차 북·미 회담이 바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대화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다. 북한은 일부 인사를 제외한 남한 정부의 조문 불허 등을 이유로 남북관계를 냉각시키고 북·미 대화만을 진전시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북한의 첫 공식반응이 될 신년사 내용이 주목된다.

선거의 해를 맞는 미국으로서는 북한을 안정시키는 상황관리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미가 미묘하게 의견 차이를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한국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가 한반도 ‘새판짜기’ 전략에서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이 오후 2시부터 눈이 내리는 가운데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열렸다. 오후 2시20분쯤 금수산기념궁전을 나선 김 위원장의 영구행렬은 보통강변을 따라 금성거리-혁신거리-전승광장-영웅거리-천리마거리-통일거리 등을 지나 김일성광장에 오후 4시쯤 도착한 뒤 운집한 주민과 작별했다. 영구행렬은 이어 오후 4시45분쯤 다시 금수산기념궁전으로 돌아갔고, 조포 발사 등을 거쳐 오후 5시쯤 영결의식을 모두 마쳤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